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3/10/14 01:39:53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3236190931
Subject [일반] <크리에이터> - 구현하진 못해도, 재현하다.(노스포)
가렛 에드워즈 감독의 네 번째 영화, <크리에이터>를 보고왔습니다. 어떤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거나 그를 구현하는 데 있어서는 아쉬운 점이 눈에 띄지만, 충실하게 재현해 낸 영화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크리에이터>를 보면 상당히 많은 유사 장르의 영화들이 떠오릅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스필버그의 , 어떤 측면에서는 <지옥의 묵시록>을 위시한 베트남 전쟁의 영화들이 떠오르기도 하구요. 그렇지만 역시 가장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는 영화는 <블레이드 러너>가 아닐까 싶습니다. 인간성과 감정에 대한 질문, 시각적 효과 등등에서 (적어도 저는) <블레이드 러너>의 향기가 짙게 느껴집니다.

영화는 가렛 에드워즈 감독의 장단점이 그대로 드러난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기계질감으로 약간은 너저분한 사이버펑크와 디젤펑크의 중간을 구현해 낸 시각적 효과는 '압도적'이라든가 혹은 '화려하다'라는 표현은 아쉬울지 몰라도, 꽤 충실하게 구현해 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캐릭터의 조형이나 서사적 측면에서 많이 아쉬움을 남기게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한 가지 좀 애매한 부분을 짚고 넘어가자면, 약간의 오리엔탈리즘이 좀 느껴집니다. 그러니까, 미국 자본 영화를 영국 감독이 찍은 건 맞긴 한데, 그걸 감안하더라도 70년대, 옛날 인디아나존스 영화 같은 느낌으로 동양을 그리고 있다고 느껴지는 지점이 있어요. 이게 저는 괜찮긴 한데, 약간 불편할 수 있겠다 싶긴 합니다.

시각적인 효과나 서사적인 부분이나 주제의식까지, 이 영화는 상당히 많은 SF들을 닮아 있고, 또 앞서 언급한 '베트남 전쟁 서사'나 혹은 최근 아프간 전쟁 서사가 떠오르는 지점이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아이디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새로운 세계관을 창조한다기 보단 그때그때 소모되는 느낌이 있어요.

결국 이 영화는 기시감이 가득한 영화입니다. 깔끔하고 괜찮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독창성이라는 부분에서 낮은 점수를 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찌보면 감독의 전작,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와 닮은 지점도 있어요. 어떤 세계를 구현하는 데 있어서는 아쉬운 점이 많고, 반대로 기존의 세계를 이어받아 재현하는 데는 준수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사다드
23/10/14 08:14
수정 아이콘
로그원을 너무 재미있게 봤던 터라 개봉하는날 조조로 보러갔었습니다. 예고편도 좋았었는데 기대가 너무 컸었던걸까요. 90년대 음악만 요란하고 메세지가 명확하여 결말이 예상이 되었던 많은 영화들이 생각이 났었습니다. 그런데 엔딩크레딧 올라갈때보니 음악이 한스짐머더군요. 어쩐지 음악은 영화퀄보다 더 좋더라 싶었어요. 말씀하신대로 특히나 서사적인 측면에서의 아쉬움이 컸습니다. 이토록 중요한 작전에 고작 1개분대만 투입하다니요. 이야기 구조가 너무 손쉬운 선택들의 결과로만 이어져 있지않았나 합니다. 게다가 드뷔시의 달빛에 마지막 AI의 눈물 등말씀하신대로 독창성도 낮아요.
aDayInTheLife
23/10/14 09:39
수정 아이콘
조금 뻔하게 옛날 영화들이 섞인게 있고…
말 그대로 데우스 엑스 마키나도 많이 쓰였죠. 뭔가 야망의 부족 같기도 하네요. 좋았지만 조금의 아쉬움이 남았네요.
23/10/14 14:12
수정 아이콘
동감입니다. 와이프랑 영화 보고 나오다가 한 첫마디 "뭔가 오리엔탈리즘의 냄새가 나는 걸...?" 전혀 기대 안 하고 가서 그런지 영화는 볼만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SF를 접한 문화의 특성상, 자신이 접한 텍스트는 아낌 없이 짜깁기해서 넣었건만 잘 용해가 안된 듯합니다. 영화 감독과 SF 작가의 차이 같아요. 자신이 세계를 구축하는 게 아니라 남의 구축한 세계를 일부일부 빌려서 흐름을 만들었죠. 플롯이 아니라 각각의 소재가 중심축이 되다보니 개연성이 깨져 나갔습니다.
aDayInTheLife
23/10/14 14:29
수정 아이콘
세계를 하나로 묶어내는데 아쉬움이 좀 드러나더라구요. 오리엔탈리즘은 약간 덤 같은 단점으로 생각이 들고..
시각화라는 부분에서는 강점이 드러나는데, 그게 제목처럼 재현에 그친게 아쉬웠습니다.
김매니져
23/10/14 20:27
수정 아이콘
어쩌다 3번 보니 편의적으로 쓰여진 시나리오의 허술함이 많이 보이더군요. 큰 액션을 제외한 남자 주인공의 표정연기나 작은 동선 혹은 몸짓연기도 아쉬웠고요. 세계관의 화려한 시각화에 비해 내용과 밀도도 부족하고, 번외로 화면비가 너무 길어서 큰 상영관임에도 답답함이 느껴지고... 암튼 볼만했던 영화라 아쉬운게 더 큰거 같습니다.
aDayInTheLife
23/10/14 21:09
수정 아이콘
분명 괜찮은 재료.. 같긴 한데 생각해보면 언급되는, 떠오르는 영화들 생각하면 당연히 좋은 재료긴 하네요. 크크크크
여튼 전반적으로 괜찮은데 아쉽다. 라는 감상이 많이 들었어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0347 [일반] I'm still fighting it. [9] aDayInTheLife7654 23/11/28 7654 9
100346 [일반] 나는 솔로, 주호민, 이기적 유전자, 서울의 봄, 그리고 내로남불의 효용에 관하여... [38] ipa12139 23/11/28 12139 36
100345 [일반] [역사] 최초가 아니면 최초를 사면 되지 / BIC의 역사 [6] Fig.19238 23/11/28 9238 17
100344 [정치] 성남시 백현동에 세워진 이완용 생가 터 비석 [96] Croove13518 23/11/28 13518 0
100343 [일반] 구미호 ipa 리뉴얼 소식을 이제야 접했습니다...흑흑흑 [22] Pygmalion7299 23/11/27 7299 1
100342 [일반] 주호민 사건 녹취록 공개 후, 재판부의 발언 [152] 닭강정17345 23/11/28 17345 1
100341 [정치] 2030 엑스포 발표 d-1 부산의 득표 수는? [85] 사브리자나15783 23/11/27 15783 0
100340 [일반] 강간 피해자는 강간범에게 양육비를 줘야할까? [68] 칭찬합시다.13170 23/11/27 13170 1
100339 [정치] 청년 10명 중 8명 미혼…"군대는 누가" 30년 뒤 인구 반토막 [277] 덴드로븀18478 23/11/27 18478 0
100337 [일반] 황정민 이라는 배우는 참 [47] 욕망의진화14979 23/11/27 14979 3
100336 [정치] 한국의 상속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287] 49K골드13703 23/11/27 13703 0
100334 [정치] 이준석의 대구행은 성공적인 것으로 보이네요. [170] 하나21443 23/11/27 21443 0
100333 [정치] 인종차별성 드립은 패드립으로 받아친다! [189] 세인13893 23/11/27 13893 0
100332 [일반] 뉴욕타임스 11.14. 일자 기사 번역(급증하는 차량 절도사건) [4] 오후2시9906 23/11/26 9906 2
100331 [일반] Chatgpt를 키자: 미국의 범죄율/좀도둑에 관한 자료들. [6] kien10199 23/11/26 10199 2
100330 [일반] 교회에 주일학교가 꼭 있어야 하는가? [43] 마지막좀비9800 23/11/26 9800 1
100329 [정치] 유도리, 정이 없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49] 사람되고싶다12672 23/11/26 12672 0
100328 [일반] [팝송] 에드 시런 새 앨범 "Autumn Variations" 김치찌개5300 23/11/26 5300 3
100327 [일반] <괴물> 고레에다 감독 영화의 총합이자 기원 (스포일러 없음) [9] BTS6898 23/11/25 6898 4
100326 [정치] 대통령과 전산망 장애가 연관있는가 [29] 김홍기10484 23/11/25 10484 0
100325 [정치] 윤 대통령, 김명수 합참의장 임명…‘청문보고서 미채택’ 임명 20번째 [72] Crochen12563 23/11/25 12563 0
100324 [일반] [팝송] 샬럿 카르딘 새 앨범 "99 Nights" [2] 김치찌개5077 23/11/25 5077 0
100323 [일반] 제 봉안당 자리를 샀습니다. [43] 사계11507 23/11/25 11507 3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