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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2/16 15:20:42
Name 비역슨
Subject [LOL] 꼴찌 후보들의 반란, 미스핏츠와 임모탈스

미스핏츠와 임모탈스는 오프시즌 각각 유럽과 북미의 최하위팀 후보로 꼽히는 팀들이었습니다.

미스핏츠는 에이스였던 원딜 한스사마를 로그로 떠나보냈습니다. 자이언츠의 정글 서폿 듀오(라조어크-데니크)를 중심으로 전면적인 리빌딩을 단행했는데,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고 유망한 카르찌, 콤프같은 신인들을 코어로 리빌딩한 매드 라이언즈나 바이탈리티에 비해 평가가 낮았죠. 특히 미드 라인이 취약하다는 점이 가장 큰 감점 요인이었습니다. 페비벤은 이미 퇴물 취급을 받고 솔랭에서의 구설수가 팬들의 입에 오르고 있었으며, 프나틱 2군에서 영입된 로날도는 미드라이너로서 평가가 낮았죠. 

임모탈스는 용병 슬롯을 소아즈-에이카로 채우면서 많은 북미 팬들의 비웃음을 샀습니다. 소아즈는 이미 전성기를 한참 지났고, 에이카는 1부리그에서는 보여준 것이 없는 선수였으니까요. 봇듀오인 알텍-하쿠호도 박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91년생 정글러 엑스미시에게 백만 불 수준의 연봉을 쏟아붓고 다른 포지션은 버렸다는 비아냥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그랬던 두 팀이 리그 최상위권을 질주하며 순항중입니다. 미스핏츠의 성적은 6승 2패, 임모탈스의 성적은 5승 2패. (내일 EG와 경기 예정)

초반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고, '이런 팀들이 이기는거 보면 리그 수준 떨어졌다'는 식의 냉소적인 반응도 있었는데, (특히 임모탈스의 경우 지난 주까지도 '역사상 가장 약한 4승 2패 팀' 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죠) 이제는 슬슬 이 두 팀을 인정해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언제 DTD 해도 이상하지 않은 팀들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것만으로도 시즌 전의 예상은 뛰어넘는 것이니까요.


스타일이 같은 팀은 아니지만, 공통점을 꼽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정글 서폿의 좋은 호흡과 경기력. (라조어크-데니크, 엑스미시-하쿠호) 특히 그 중에서도 정글러의 우수한 캐리력.

2) 중반 이후의 샷콜링(오더), 특히 오브젝트를 중심으로 대치하거나 기습적으로 트라이할때의 샷콜링이 굉장히 정확하고 신속함.

3) 무리하지 않고 안정적인 데미지 딜러로서 원딜의 역할

사실 리그를 막론하고 요즘 잘하는 팀들은 대부분 다 이런 팀들이라고 봐도 무방하긴 하겠지만요.






미스핏츠

단단 - 라조어크 - 페비벤 - 비보이 - 데니크

(*라조어크는 레이조크라고도 발음했었는데, LEC 와서는 해설들이 대부분 라조어크로 발음해 그렇게 적겠습니다)


시즌 초 2연패 후 6연승이며, 연승 과정에서 오리진과 G2같은 강팀들마저도 우수한 경기력으로 꺾어냈습니다. 

작년 자이언츠를 이끌었던 정글 서폿 듀오가 LEC 무대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으며, 특히 라조어크의 기량은 작년 봄 SK의 셀프메이드를 연상케 할 정도로 훌륭합니다. 2000년생의 신인 선수답게 메카닉도 훌륭하지만, 동선 설계와 오브젝트 운영까지도 매끄럽습니다. 만약 미스핏츠가 이번 시즌 결국 미끄러지게 되더라도, 라조어크만큼은 '진짜 재능'일 가능성이 크지 않나 싶습니다.

퇴물로 불리던 페비벤은 부활했고, 2015년의 모습을 언뜻 연상시킵니다. 다이애나, 키아나, 르블랑같은 날랜 챔피언들을 잡고 한타를 수행하는 장면들, 기막힌 포지셔닝과 스킬샷을 보고 있으면 이게 작년에 고생하던 그 페비벤이 맞는지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미스핏츠가 만약 상위권의 성적을 스프링 스플릿 끝까지 유지할 수만 있으면 아마 강력한 MVP 컨텐더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던 단단과 비보이도 제 역할을 묵묵히 해주고 있으며, 특히 비보이의 활약은 여러모로 기대 이상입니다. 단순히 '신챔빨'을 받은 성적이 아니라 자야를 자신감있게 잡으면서 게임을 캐리할 수 있는 중후반 데미지 딜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주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복잡한 교전에서도 실수가 적고 플레이가 굉장히 안정적입니다.

굉장히 운영이 탄탄한 느낌을 주는 팀. 개개인의 실력을 떠나서 팀워크와 중반 운영의 매끄러움만 놓고 보면 현재 LEC 전체 팀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팀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래서 거품이 쉽게 꺼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로스터가 통째로 바뀌긴 했습니다만, 작년의 미스핏츠가 끔찍한 운영을 보여준 팀이었음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입니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새롭게 코치로 합류한 어메이징의 공헌도 꽤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과거부터 어메이징의 게임 운영에 대한 지식이나 감각은 인정받던 것이었으니까..






임모탈스

소아즈 - 엑스미시 - 에이카 - 알텍 - 하쿠호


상대적으로 낮은 북미의 리그 수준을 감안하더라도, 엑스미시의 노익장은 많은 팬들과 프로 선수들의 리스펙을 받을만 합니다. 

엑스미시가 떠난 TL이 고전하고, 임모탈스와의 맞대결에서도 완패당하면서 엑스미시의 가치는 더 극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피지컬적으로 부족한 면은 있더라도, 엑스미시의 게임에 대한 지식과 운영에서의 공헌도는 모두가 인정하는 것이었고, 다소 템포가 느려지고 한타 위주로 재편된 지금의 패치 버전과 맞물려 엄청나게 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알텍과 하쿠호 봇듀오의 경기력도 빛이 납니다. 이 둘은 이전부터도 실력에 비해 저평가받는 선수들이라는 평이 간혹 있긴 했지만, 올 시즌의 활약은 정말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입니다. 올해 LCS에 강한 봇듀오들이 꽤 많은데, 지금까지 경기만 놓고 보면 C9의 봇듀오를 제외하면 알텍과 하쿠호의 봇듀오가 가장 꾸준히 좋은 활약을 해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쿠호의 정교한 스킬샷은 여러번 팀을 구해냈고, 알텍은 즈벤과 비교될 정도의 노데스 경기 행진으로 굉장히 안정적인 데미지 딜러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주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도 소아즈와 에이카는 객관적으로 북미 상위권 라이너라고 보기 어렵지만, 라인전부터 와장창 무너질 정도로 고생하지는 않고, 특히 소아즈는 한타에서의 기여도와 짬에서 나오는 오더로 1인분 이상의 역할을 차고 넘치게 해 주고 있습니다.

미스핏츠와 비교하면 임모탈스의 운영은 그렇게 깔끔하고 매끄럽진 않습니다. 본인들의 플랜대로 게임을 쭉 밀고나가서 끝내는 느낌보다는, 엎치락 뒤치락 하다가 한 번의 기막힌 샷콜링 혹은 상대의 기막힌 실책으로 따내는 승리들이 있었고요. 그래서 미스핏츠에 비해 임모탈스의 성적은 조금 보수적으로 볼 필요가 있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어찌되었건 이기는 경험을 쌓아가면서 점점 더 좋은 팀이 되어가고 있으며, 바로 오늘 TL전 승리는 매우 깔끔한 완승이었습니다. (TL의 상태도 안 좋긴 했지만요)



향후 메타가 바뀐다면?

지금의 경기력만 보면 두 팀 다 정글과 바텀이 리그 상위권의 경기력을 보이고 있어 기초는 탄탄해 보입니다. 물론 국지전이나 소규모 교전이 지금보다 더 강조되고, 팀워크보다 개개인의 무력이 더 강조되는 시점이 된다면 상황이 좀 바뀔수도 있을것 같긴 합니다만, 특정 선수의 폼이 드라마틱하게 급락하지 않는다면 스프링 스플릿 플옵권 진입까지는 무난할 듯 합니다.

굳이 따지자면 미스핏츠의 미드정글이 더 빠르고 더 치열하게 싸우는 메타 변화에도 더 순조롭게 적응할 것 같은 느낌이긴 합니다. 페비벤이 지금의 폼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전제가 붙어야 하지만요.

한국이든 유럽이든 북미든, 최근의 경기들을 보면 개개인 실력의 격차를 팀워크나 한 번의 기막힌 샷콜링으로 채울 수 있는 여지가 상당히 넓어 보입니다. 미스핏츠와 임모탈스가 잘하고 있는건 맞긴 하지만, 어쨌든 객관적 전력에서 매우 박한 평가를 받던 팀들이 상위권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은 그런 메타에 잘 편승한 덕택은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어느 시점에는 미스핏츠든 임모탈스든 DTD를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첫 끗발이 끝까지 갈 수 있도록 더 치열하게 준비하고 시즌이 마무리될때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메타는 좀 지루해도 LCK든, LEC든, LCS든.. 다들 리그가 신나게 비벼지는 느낌으로 진행되니 시청자로서 대회 보는 재미는 확실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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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6 15:31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늘 팬들이나 관계자의 예상과는 다르게 결국에 실제 리그는 선수와 코치가 땀을 흘리며 뛰는 경기고, 저희는 그 뒤를 따라갈 뿐이라 생각합니다. 매일 열심히 연습을 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인생을 갈아내는 사람들에게 네 한계는 어떻다 결정 짓는 일은 무례한 짓이겠죠.

그런 의미에서 이번 미스핏츠와 임모탈스의 선전은 고무적이네요.
비역슨
20/02/16 16:54
수정 아이콘
저도 올해 미스핏츠는 정말 힘들거라고 생각했는데, 게임 보면서 정말 감탄을 많이 했네요
페비벤은 이래저래 굴곡이 많았는데 시즌 끝까지 마무리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파핀폐인
20/02/16 15:41
수정 아이콘
전 엑시미시가 참 좋은 정글러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엑시미시의 레파토리를 보면
북미에서 잘함 - 팀을 플옵 상위권 or 우승으로 이끔 - 국제무대에서 밋밋한 모습을 보이며 교체 - 다른 팀 가서 또 잘함

이렇다고 봅니다. 사실 북미에서 엑시미시만한 정글러가 또 어딨겠습니까....

전 임모탈즈는 아직 봐야한다고 보는데 (미드가 좀 파이면 어케될지 모르겠음..) 미스피츠는 꽤 성장 포텐이 있다고 봐서 엄청 기대됩니다.
비역슨
20/02/16 16:54
수정 아이콘
확실히 있을땐 소중함을 잘 몰라도 없으니까 티가 확 나는 느낌의 선수인듯 하네요.
지금 TL의 부진이 정글의 문제만은 아니지만 ㅠㅠ
the hive
20/02/16 17:07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지만 매년 거물신인이 한두명씩은 꼭있네요. 피시방 유스가 무섭긴 무섭셉습니다
Equalright
20/02/16 20:18
수정 아이콘
유럽에서 패망했던 에이카가 미국서 빛 본것도 신기하고, 중국서 존재감 없었던 비보이가 유럽서 대활약하는 것도 신기해요. 내현도 그렇고 리그와 맞는 성향이 확실히 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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