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렸을 때 스페인은 유럽의 강호이지만 늘 뭔가 하나 부족한 듯한 느낌이 드는 팀이었습니다.
16강, 8강 까지는 어찌어찌 올라가지만 그 이상은 더 올라가지 못하는 그런 이미지였죠.

그러던 스페인이 드디어 월드컵을 제패하더니 유로 대회도 두 번 연속 우승하면서 드디어 세계 정상의 자리에 우뚝 서더군요.
매번 이탈리아나 독일 등에게 무너지는 예전의 모습만 보던 저에게는 스페인 사람도 아니면서 왠지 모르게 반가운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스페인의 그 세밀한 패스 축구는 눈을 정말 즐겁게 해주었고 절로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랬던 스페인도 이제 정상에서 내려올 때가 된 걸까요? 네덜란드에게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더니 이제 칠레와 단두대 매치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원래 슬로우 스타터의 이미지가 있기는 하지만 지난 번 네덜란드와의 경기는 단지 발동이 늦게 걸렸다기 보다는 전체적으로 하락세가 눈에 띄는 모습이었습니다. 그것을 대표적으로 보여준 선수가 바로 카시야스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맨 마지막 호주 경기는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 결국 스페인의 조 예선 통과 여부는 내일 있을 칠레와의 경기로 드러날 것 같네요.

과연 왕조의 몰락일지 아니면 일시적인 부진일지 이제 결전의 시간이 얼마 안 남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