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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5/27 14:57:35
Name   Tigris
Subject   유랑담 약록 #06 / 120607木 _ 홋카이도의 마지막 별하늘










《A》

 정오에야 일어났다. 앞으로 당분간은 편안한 잠자리가 없을 거라 생각하니 늦잠 잔 시간도 아깝지 않았다. 짐을 챙겨 ‘도미토리 시루시루’의 주인영감님에게 인사를 했다. 구멍 난 청바지는 쓰레기봉투를 사서 버릴 생각이었는데, 주인영감님이 버려줄 테니 두고가라 했다. 한 번 더 인사를 했다.

 구글 네비게이터 앱에 ‘유니클로’를 목적지로 설정하고 도로로 나섰다. 하얀 구름이 적지않게 흘러갔지만 하늘은 밝았다.








《B》



 유니클로는 북서쪽으로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다. 너른 주차장을 둘러싼 창고형 매장 중 하나였다. 청바지 한 장과 검은 반팔 티셔츠 한 장을 샀다.

 아침 겸 점심을 어떻게 해결할까 하고 둘러보니 부근 건물에 ‘라멘의 왕도 키타하마 쇼텐(ラーメンの王道 北浜商店)’이라는 도발적인 간판이 보였다. 도발은 응해줘야 제맛이다. 대뜸 들어가서 차림판에 ‘당점 최고 인기 메뉴’라 되어 있는 시로 미소 라멘(하얀 된장라멘)을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는데, 타원형 테이블의 가림막 아래로 맞은편에 앉은 남성이 보였다. 그는 라멘을 한 젓가락 먹을 때마다 노트에 무언가를 적었다. 맛을 평가하고 있는 듯 보였다. 라멘 애호가나 여행가이드북 편집부의 음식점 담당자인 듯했다. 그가 식사를 마치고 나갈 무렵 내 라멘이 나왔다. 꽤 괜찮은 맛이었지만 왕도는 가당찮았다.




















 바다나 가볼까 하다가, 기왕 시외로 나갈 거 오오누마 국정공원(大沼国定公園)에 가보기로 했다. 신 일본삼경(新日本三景)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다. 마침 유니클로 바로 옆에 셀프 주유소가 있기에 가솔린 천엔 어치를 넣었다.

 하코다테 신도新道를 북북서 방향으로 탔다. 달리기 딱 좋은 날씨라 기분이 좋았다. 기분이 좋으니 30km 쯤은 금방이었다.








《C》



 오오누마(大沼, 큰 늪)라는 이름답게 크구나, 싶었다.










 도로는 넓고 굽힘이 느슨했다. 평일 낮이라 그런지 차는 거의 다니지 않았다. 붉은 줄무늬의 파란 저지를 입은 중년 남성이 로드바이크를 타고 내 옆을 달려갔다. 자전거로 달려도 아주 즐거운 길일 듯 싶었다.










 시원시원한 풍경이 좋았다.










 호수의 물가를 따라 철로가 있었고, 그 옆의 차도는 내가 서있는 곳까지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이어져있었다.








 오오누마 역에 들렀다. 아담한 역이었다. 잠깐 화장실을 들리고, 자판기에서 사이다를 사 마셨다. 역 옆에 자그마한 관광안내소가 있었다. 안에 들어가 지역지도를 보니 내가 오면서 '이름답게 크구나'라고 생각했던 것은 오오누마 옆에 딸린 코누마(小沼, 직역하면 '작은 늪')였다. 코누마에 들어서며 보였던 북쪽의 산은 '코마가다케(駒ヶ岳)'라는 활화산이며, 마지막 분화는 2000년이었고, 2011년 활동조짐이 감지되어 현재는 입산금지라는 설명이 있었다.

 오오누마와 코누마 사이에는 도로가 나 있었다. 나는 8자를 그리는 루트를 그리기로 하고, 우선 오오누마의 주변을 시계방향으로 돌았다.
















지도의 아래가 북쪽이다.





































오오누마의 캠프장은 무료였고 풍광도 좋았으며 화장실 등의 시설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호숫가답게 날벌레가 설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대로 차 세우고 텐트를 칠까 싶은 충동도 들었지만 그만두었다.










만약 텐트를 쳤다면 해가 저물 때까지 이 풍경을 지켜보았을 것이다.










오오누마의 동쪽에는 작고 검은 못이 몇 곳인가 있었다. 이쪽이야말로 누마(沼)라는 이름이 어울릴 듯했다.









《D》

 일주를 마치고 두 호수 가운데의 오오누마 공원(大沼公園)으로 갔다. '오오누마 역'과는 별개로 '오오누마 공원 역'이 따로 있었고, 전망대를 겸하는 기념품가게와 식당 건물 등이 여럿 보였다. 공원의 잔디밭에는 강아지가 뛰놀고 있었다. 하늘에는 매로 보이는 새가 날다가 가끔 잔디밭으로 내려왔다. 강아지가 자기보다 덩치 큰 매에게 반가운 듯 달려가면, 매는 귀찮다는 듯 다시 하늘로 갔다.














주인인 듯한 노인이 테니스공을 던지며 강아지와 놀아주었다.










멋진 형상의 구름이 마음에 들면서도, 이래서야 오늘도 야경이나 별하늘은 확실히 무리겠구나 싶어 낙담했다.









대부분의 유람선은 개점휴업 상태였고, 운행하는 건 두 대뿐이었다.










매는 어째선지 공원을 떠나지 않았다.



















Nice boat. 세 명의 여성이 작은 배를 타고 오오누마를 유람하고 있었다. 즐거워보였다.
한 명은 배두나와 비슷한 인상이었고, 한 명은 박지윤과 닮았다. 역시 홋카이도에는 미인이 많구나, 싶었다.











 점점 구름이 거대해지고 있었다. 머잖아 비가 올 듯했다. 밤배까지는 시간이 한참 남았지만, 하코다테로 가는 고속화도로를 빗속에서 달리고 싶지는 않았다. 일단 도착하면 페리 터미널에서라도 비를 피할 수 있을 터였다. 나는 다시 하코다테 신도에 올라 하코다테로 갔다.








《E》

 비는 내리지 않았다. 일단 하코다테 시내에 도착했건만 밤까지 할 일이 없었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아오모리까지의 배편은 쓰가루 카이쿄 페리(津軽海峡フェリー)와 세이칸 페리(青函フェリー) 두 회사가 운행하고 있었다. 오전 2시에 떠나 6시에 내리는 세이칸 페리가 하룻밤을 지내기에 좋을 듯했다. 시계를 보니 18시였다. 넉넉잡고 1시간 전에 도착한다고 해도, 오전 1시까지는 무언가를 해야 했다.

  인터넷에서 '函館 夜景(하코다테 아경)'를 검색했다. 대부분은 하코다테 산 전망대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한 개인 웹사이트에 ‘야경&숨겨진 야경(夜景&裏夜景)’이라는 페이지가 있었다. 하코다테 산을 제외한 여러 아경 포인트를 주인장이 직접 가보고 평가한 내용이 조그마한 사진과 함께 정리되어 있었다. 나는 구글 지도와 비교해가며 날씨가 변하면 급히 도심으로 돌아올 수 있을만큼 가까운 포인트를 찾았다. 고료카쿠에서 동북쪽으로 4km 정도 떨어진 히가시야마(東山)라면 해, 도시, 바다가 적절히 조화되어 보일 듯 싶었다. 기왕 갈 거라면 노을이 지기 전에 적절한 위치를 찾아야 했다. 나는 철마를 재촉했다.






 막상 가보니 히가시야마는 그리 높은 산이 아니었다. 아마 높이 오르는 길이 어딘가 있을 듯했는데, 내가 무작정 택한 길은 산이라기보다 구릉에 가까운 지형으로만 이어졌다. 구릉의 중턱까지 주택가가 들어와 있었고, 15분쯤 더 올라가니 영업을 하는지 안하는지 겉보기로는 알 수 없는 거대 러브호텔이 두 곳 있었다. 수요가 없는지 러브호텔 주변은 적막했다.

 어느샌가 올라가는 길이 끊어졌다. 나는 북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도시가 내려다보일만한 자리를 찾아 이리저리 헤맸다. 그러나 산세가 느슨한 탓에 어디에서도 도시는 내려다보이지 않았다.








 내리막길로 접어든지 얼마 되지 않아 공동묘지가 나타났다. 산허리를 밀고 사방의 숲을 벌목한 자리인 듯 싶었다. 하늘이 넓게 보였다. 어쩌면 도시가 잘 보일지도 모른다 싶어서, 나는 입구에 차를 세우고 묘지를 걸었다. 서너 층으로 나뉜 묘지는 새로운 층을 확장하는 공사가 진행중인 듯 보였고, 각 묘지는 다시 서너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다. 어쩐지 겨우 공사와 이장을 마친 듯한, 마치 새 집 같은 위화감이 들었다. 가만보니 비석도 다들 풍화의 흔적이 없었다.







어느 개인의 묘비에는 비행기가 그려져 있었다. 흘려쓴 문구는 읽히지 않았다.










강아지, 날개, 알의 함의가 있을 터인데, 나는 알 수 없었다.
이름은 보이지 않았고 다만 낯선 한자(煋)만이 양각되어 있었다.










'할아버지(지이짱)'라고만 되어 있다.
나는 영화 《학생부군신위》를 떠올리는 한 편, 망자와 망자를 살아 생전의 호칭으로 부르는 이들 사이의 가까움을 느꼈다.










어느 구역에는 똑같은 외형의 묘비만 늘어서 있었다. 이장 과정에서 최소한의 옵션을 택한 경우겠거니 싶었다.
연고가 끊어진 묘도 있을지 모른다.











 노을이 지고 있었다. 양지바른 땅인지라 하늘 보기는 편했다. 걸음을 멈추고 노을이 사위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하늘의 푸름과 석양의 붉은 잔광 사이가 무한의 계조로 이어지고 있었다.

 노을이란 지켜보지 않으면 길지만, 바라보고 있으면 짧다. 저녁의 하늘은 매순간 급격히 변한다. 하늘이, 아니 지구가 대단히 빨리 돌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낮과 밤이 교차하는 순간인 것이다. 그 짧음에 진수가 있는 것임을 잘 알면서도, 이것이 홋카이도에서 보는 마지막 노을이라 생각하니 아무래도 아쉬웠다. 언제 다시 이곳에 돌아올 수 있을까. 삶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른다. 만약 사고 없이 무사히 돌아간다면, 쉰이라도 좋고 예순이 되어도 좋으니 그 언젠가 다시 한 번 이곳의 여름을 철마로 달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묘지 옆 포장도로로 자전거를 탄 학생 예닐곱 명이 바람처럼 지나갔다.
서로 무어라 악을 써가며, 얼핏봐도 시속 40킬로미터는 넘을 속도로 내리막길을 내달렸다.
속도보다도, 기어도 없는 자전거로 이 산을 올랐을 일이 더 놀라웠다.










멀리 고료카쿠 타워가 보인다.


 해가 갓 넘어간, 야경을 찍기에 절호조인 시간대가 되었다. 이곳에서 직접 보는 야경은 나쁘지 않을 듯했지만, 사진으로 남기기엔 시내가 너무 가까웠다. 헌데 가만 생각해보니 노을지던 하늘은 꽤 맑았다. 낮에 오오누마에서 보았던 거대한 구름은 이곳에 없었다. 조금 시간을 들여서 먼 곳으로 가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도박을 걸었다. 어차피 당장 가고 싶은 곳도 없고, 1시까지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앞서 보았던 '야경&숨겨진 야경' 웹페이지에서 가장 먼 곳이면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에보시 산(烏帽子山)을 향해, 다시 하코다테 신도에 올랐다. 오늘만 세 번째였다. 이륜차니까 이렇게 내 멋대로 쏘다닐 수 있구나 싶어서 좋았다.










 신도를 타고 가던 도중 다른 길은 없나, 하고 두리번거리다 나들목이 보이기에 충동적으로 내려갔다. 신도 아래에도 왕복 2차선 도로가 나 있었다. 신도와 달리 고속화도로가 아니니 천천히 달릴 수 있었고, 원할 때는 차를 세우고 풍경을 볼 수도 있었다. 나는 느긋하게 갔다. 시험삼아 사진을 찍어보았더니 거리는 충분했고, 이제 높이와 방향만 확보하면 될 듯 싶었다.








《F》



 에보시 산은 하코다테로부터 약 17 킬로미터 북쪽에 있었다. 목적지인 '시로타이 목장(城岱牧場)'까지는 '시로타이 스카이라인(城岱スカイライン)'이라는 포장도로가 이어졌다. 도중에 잠시 차를 세우고 도시를 바라보니 충분한 높이를 확보할 수 있을 듯 싶었다. 목장 외엔 아무 것도 없는 벽촌인데도 가끔 승용차가 올라갔다.






 목장 입구에 조금 못 미친 곳에 평평하게 골라놓은 너른 땅이 있었다. 승용차 4, 50대는 댈 수 있을 듯했다. 아무런 시설도 없어서 전망대라기보다는 그냥 주차공간처럼 보였다. 이미 여러 대의 승용차가 제각각 좋은 자리를 선점하고 있었다. 대부분 차에서 나와 풍경을 보았지만, 더러 차 안에서 밀담을 나누며 풍경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곳에서 바라본 야경은, 확실히 좋았다. 하늘의 별도 대단했지만, 우선은 한창 밝을 시각인 도시의 빛을 담고 싶었다. 나는 이륜차 짐받이에 묶어뒀던 싸구려 삼각대를 꺼냈다. 20시 15분이었다.
































 홋카이도를 떠나는 아쉬움이 덜어질 때까지, 나는 찍고 또 찍었다.

 사진을 찍는 동안 많은 차들이 오갔다. 대략 5할 정도가 남녀 커플이었다. 형제나 친구로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고, 남성2인조나 여성2인조도 더러 보였다. 평일이라 그런지 가족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헤드라이트 불빛이 가끔 사진을 망가뜨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방해받지 않을만한 위치를 찾아 삼각대를 계속 옮겨다녔다. 종종 요란한 소리의 차가 올라오기도 했다. 그런 녀석들도 "스고이"라든지 "야바이"라든지 하는 탄성을 내지르는 건 마찬가지였는데, 묘하게도 시끄러운 녀석들일수록 금방 돌아갔다.
































 1시간 20분쯤 시간이 지나자, 슬슬 도시의 불빛이 줄어드는 게 느껴졌다. 나는 삼각대의 헤드를 머리 위의 하늘로 돌렸다. 조명 하나 없는 산은 별을 보기에 더없이 적절했다. 눈으로 보아도 별은 쏟아질 듯 많았다.

































사진에 찍히는 걸 싫어한다. 그보다 어설프게나마 내 시선을 남기는 쪽이 더 충실한 기록이라고 늘 생각해왔다.
헌데 무슨 변덕이었는지, 이곳에서 별을 보던 나를 형상으로 남겨두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슬그머니 프레임 안으로 걸어갔다.









 22시 40분이 되었다. 산을 내려가기 전에 목장 쪽으로 걸어가보았다. 목장 입구를 지나쳐 울타리 밖의 도로를 따라 한동안 걸었다. 아무런 조명도 없었으나, 신기하게도 달빛만으로 사방이 훤히 보였다. 비록 '소금을 뿌린 듯'한 전경은 아니었지만, 이름 모를 활엽들이 은은한 달빛을 머금고 있는 풍취는 그야말로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문득 풀벌레가 울음을 그쳤다. 풀숲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게 뭔가, 하며 전화기에 달린 LED 조명을 켜보았더니 사슴이었다. 예전에 홋카이도를 일주할 때도 몇 번인가 마주친 적이 있어놔서 딱히 놀랍지는 않았다. 어쩌면 곰도 나오겠구나 싶었다.








 다시 하코다테 신도를 타고 남쪽으로 향했다. 처음 이곳을 지날 때 동물을 칠 뻔 했던 것을 떠올렸다. 치었으면 동물 입장에서도 원통한 죽음이었겠지만, 나 또한 부상을 입었을테고 차 또한 고장났을 터였다. 두 차선 밖에 안되는 구간이니 후속차량에 치이거나 밟혔을 가능성도 충분했다. 위험을 너무 과장하는 거 아닌가 싶다가도, '다들 그렇게 건방떨다 죽는 거 아냐?' 싶기도 했다. 이륜차를 타다 죽는 사람은 숱하다. 허나 죽고 싶어서 죽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하코다테에 접어들 즈음, 갑자기 얼굴에 닿는 바람이 습해졌다. 아주 가는 빗방울이 열어둔 바이저의 틈으로 새어들었다. 낮의 구름을 생각하면 비가 와도 이상할 건 없었다. 오히려 에보시 산에 있는 동안 청명했던 쪽이 오히려 이상했다.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것 뿐이겠지만, 어쩐지 홋카이도가 마지막 밤이나마 잠시 하늘을 열어준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G》

 안개 같은 습기가 하코다테의 땅에 깃들었지만 비는 쏟아지지 않았다. 신도를 빠져나와 고가도로를 두어 번 탔더니 곧 부두가 보였다. 야경에 취해서 잊고 있었는데, 도시로 돌아오니 배가 고팠다. 길목에 '럭키 피에로'의 지점이 있었지만 영업시간이 끝나있었다. 나는 편의점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스키야(규동 체인점)가 있었다. 네기타마 규동(대파 계란 소고기 덮밥)을 특곱빼기로 시켜서 먹었다.






 1시 10분쯤 세이칸 페리의 터미널에 도착했다. 국내선인만큼 수속은 간단했다. 곧 승선할테니 대기하고 있으라고 직원이 알려주었다.







2012년 6월 8일 2편 오전 2시 발, 하코다테 발 아오모리 행 '아사카제 5호'.
750cc 미만 이륜차 요금 3,480엔, 성인 1인 요금 1,570엔, 합계 5,050엔.









 1시 30분 경 직원의 지시에 따라 텅 빈 배에 가장 먼저 승선했다.







노선이 짧음에도 이륜차는 단단히 고정되었다.
조향부가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해두는 작업자의 모습에서 숙련이 느껴졌다.









 텅 빈 객실에 가방을 두고 갑판에 나갔다. 꽤 낡은 배였다. 항구는 아늑한 오렌지빛으로 밝았지만, 바다는 작은 유도등 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배는 2시가 되기 전에 움직였다. 홋카이도에서 조금씩 조금씩 멀어졌다. 정말 좋은 곳이었다는 생각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들었다.
언젠가 다시 이곳에서 살 수 있기를 바라며, 묵묵히 속으로 안녕을 고했다.









 객실은 크게 세 구역 정도로 나뉘어 있었다. 트럭운전수 차림의 장년 남성은 자판기 앞에서 무언가를 사는 듯했는데, 곧 운전수 침실로 돌아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20대 초중반 정도로 보이는 남성 손님은 내가 짐을 내려놓은 안쪽 객실의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여성 손님은 경계하듯 바깥 객실의 한구석에서 벽을 보고 몸을 뉘였다. 손님은 그게 다였다.

 샤워를 했다. 낡은 공동샤워실이었지만 청소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개운한 기분으로 돌아왔다. 자기 전에 사진기를 충전해두려고 콘센트를 찾았다. 방의 유일한 콘센트는 누워있는 남성 손님 곁에만 있었다. 나는 다가가 양해를 구하고 충전기를 꽂았다.

 침구는 없었다. 나는 가방에서 침낭을 꺼내 베개로 삼았다. 눈 뜨면 혼슈겠구나, 싶었다.




(계속)






※ 이번 편을 작업하는 내내 Doug Paisley의 No One But You를 들었습니다. 현재 유튜브 리피트의 카운터가 241을 가리키고 있군요. 좋은 곡을 소개해주신 루이보스 님께 감사드립니다.

* kimbilly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4-07-20 09:18)
* 관리사유 : 연재 게시물 이동 조치합니다.



Mosch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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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5/27 17:31
멋진 사진, 글 잘 읽고 보고 갑니다. 다음 글도 기대할게요. 감사합니다.
貴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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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5/27 17:33
사진이 정말 보기 좋아요! 잘 읽었습니다.
1분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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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5/28 02:22
글도 잘 쓰시고 정리도 깔끔해서 읽기 정말 좋네요.. 저도 다녀온 곳들을 정리해 두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는데 그게 정말 생각처럼 쉽지 않더라구요,.
부럽습니다 하하 ..
오누마 공원은 겨울이랑 분위기가 정말 많이 다르네요.. 아.. 일본에서 먹어본 우유중에 저는 오누마에서 먹은 병우유가 최고였습니다..
Thurs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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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5/29 22:10
잘 보았습니다.
연필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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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6/01 04:38
크...크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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