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7/01/23 04:50:04
Name CrystalCIDER
Subject 회원님들은 아마 앞으로도 좋은 글 계속 쓰셔야 할 겁니다
안녕하세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여유 부리기도 이제는 부끄러워진 입시 덕에 몸도 마음도 치여 심신이 너덜해진, 아무 것도 신경 쓰지 않고 단지 먹고 자고 공부만 하면 되는 '대한민국 특권 계층' 고3 수험생입니다. 애 같이 굴기에는 열아홉이란 숫자가 민망하고, 이제는 제법 어른 된 행세도 해야 할 나이에 힘들다고 칭얼거리는 것이 일상이 되었죠.

교육에 관심이 있으시거나, 혹은 뉴스를 즐겨 보시는 분이라면 '2008 대학 입시 논술 비중 확대' 라는 말을 한 번쯤은 접해 보셨을 꺼라 생각합니다. 덕분에 아침마다 '손석희의 시선집중'도 꼬박꼬박 챙겨 듣게 되고 19년 멀리 하던 신문도 틈틈이 챙겨 보려고 가진 애를 다 쓰고 있습니다.

이렇게 논술이란 미운 친구에 애정 아닌 애정을 갖게 된 입장에서 인터넷 서핑을 하다 명쾌하게 자신의 입장을 피력한 글이나, 소소하지만 정말 공감 가는 일상을 이해하기 쉽게 말하는 글, 표현들이 '또이또이' 하고 '오롯' 해서 따로 적어 제 표현으로 만들고 싶은 글 등, 소위 말하는 '잘 쓴 글'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아량도 없이 두근거립니다.  

요즘 들어 부쩍 글에 관심이 많아지고 습작하며 느끼는 것이지만 '자기의 생각을 부족함 없이 글로 풀어 낼 수 있다는 것'은 어떠한 것과 비교해도 부족함 없는 축복 받은 능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글을 쓸 때는 A4용지 앞면 채우는 분량도 힘들어서 한 번 글을 쓰고 나면 기운이 다 빠지는 것 같고, 글에는 어디서 한 번은 꼭 본 듯한 표현이 염치없이 난무하고, 지렁이 기어가듯이 겨우 두 세줄 쓰다 막히고 또 두 세줄 쓰다 막히고를 반복하게 되는데 '잘 쓴 글'들을 보면 제가 글 쓰는데 있어서의 이런 고통들은 먼 나라 얘기 같은 시원함, 통쾌함 비슷한 것이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전 글 잘 쓰시는 분을 경외합니다. 서론, 본론, 결론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나누는 것이나, A4용지 10장은 족히 될 만한 분량의 글도 막힘 없이 써내려 가는 것이나, 별 것 아닌 일에도 시와 같은 비유를 하시는 것 모두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거든요. 대체 어렸을 적에 부모님께서 얼마나 훌륭한 교육을 하셨기에 글을 잘 쓰나, 뭘 먹고 글을 잘 쓰나, 뇌 속엔 대체 뭐가 들어있나 하고 조금은 모난 생각도 들긴 하지만 가진 자에 대한 못 가진 자의 질투보다는 그에 대한 부러움과 애정이 더 크네요.

PGR은 이런 이유에서 제가 정말 많이 아끼는 공간입니다. 잘 쓰여진 글과, 자기의 생각을 부족함 없이 글로 풀어 낼 수 있는 경외심을 가지게 할 만한 능력 갖춘 분들이 많이 계시거든요. 실명제니, 악플이니 하는 때에 'PGR표'의 'PGR스러운' '잘 쓴 글'은 'PGR아니면 접하기 힘든 것'이죠.
'아, 글 진짜 너무 잘 쓰네' 하는 탄식이 나와 기뻐 할 어린 친구를 위해서라도 회원님들은 아마 앞으로도 좋은 글 계속 쓰셔야 할 겁니다 :D
여기는 얻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게 너무 많은 공간이네요.

추신. 저도 모두가 '잘 썼다' 인정 할 만한 글을 10년쯤 뒤에는 쓸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 해 봅니다.

* anistar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7-01-25 10:33)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항즐이
07/01/23 05:51
수정 아이콘
자... 잘 쓰시는데요?;;

참 맛있습니다. 화려한 글을 원하시는 거라면 모르겠지만, 이 글은 참 좋은 글입니다. 부족함 없이 빼곡히 들어찼고, 그러면서도 말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합니다.

공연한 겸양에 당황했습니다.
pgr에 좋은 글, 많이 보태주십시오.
07/01/23 08:33
수정 아이콘
다른글이 좋은글이 아니라 이런글이 좋은 글 같습니다. 표현도 논리도 문단도 맞춤법도 구성도.. 한수 배워가는 느낌입니다. 논술쪽에 한번 걸어보시는것도 나쁘지 않으실듯 하네요. 요즘은 안되겠지만 저도 부족하나마 논술 올인으로 대학을 간 타입이라서요 ㅎ
수환™
07/01/23 09:18
수정 아이콘
공감대가 마구 형성되는 글이네요^^ 저 역시 PGR에 오면 다른 분들 글솜씨에 우와~ 대단하구나~하는 생각 하다가 가곤 해서 말입니다.
그리고 이 글도 참 좋은 글이네요~ 같은 예비 고3으로써 한수 배워갑니다~
somethingNEW
07/01/23 10:25
수정 아이콘
좋은 글 보고 갑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써주세요.
07/01/23 11:05
수정 아이콘
이런.. 글 잘쓰시는데 너무 겸손을...
저 또한 PGR사랑합니다.
게임이라는 공통된 주제로 모인 전국 각지, 몇천여개의 업종에 종사하시는 유저분들의 연애경험,여행,수필,독백 등등..
제가 얻어가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글을 접하는 것이라고는.. 별루 없는직업 이기도 하고, 글이 많이 집필된 책들도 잘 안보는지라..
아침신문도 스포츠신문만 2개 보는데다.. 책도 디자인관련 서적이나.. 패션,광고잡지 그외에 컴퓨터 프로그래밍 서적들이라 필력이 매우 미흡한 상황에서 PGR의 글들은 저로써는 필력과 지식을 매우 많이 얻어갑니다.(고작 두번 썻습니다pgr에..;)
"회원님들은 아마 앞으로도 좋은 글 게속 쓰셔야 할 겁니다"
07/01/23 11:35
수정 아이콘
CrystalCIDER 님께서 좋은 글들도 pgr을 채워주시면 되는겁니다.
pgr에 잠수해 있는 달필 분들을 자극해서 자꾸만 수면 밖으로 나오게 만드세요 ^^;
스쳐가는인연
07/01/23 11:58
수정 아이콘
올해 수능치고 이제 대학들어가는 전수험생을 입장해서 한마디 하자면은..
자기 생각을 요약해 명료하게 쓰는 것도 좋겠지만...
논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문을 읽고 문제에서 무엇을 요구하는지
그것을 알아채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것 같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문이란 시사를 읽어두는 것도 좋지만 종종 대학별
기출문제들을 풀어보는 것도 좋을 꺼란 생각이 드네요....
첨삭은 학교선생님들에게 부탁하면 대부분 해주시더라고요 ....
지금까지 저의 짧은 의견이었고... 고3생활 정말 후회없이 보내기 바랍니다...
설탕가루인형
07/01/23 12:38
수정 아이콘
텍스트 기반의 사이트라는 것이 시대의 흐름에는 뒤쳐질 지 몰라도
보기 드문 좋은 글을 읽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는것 같습니다.
현대 문명에 약한 저로써는 피지알 완전소중.....
그런의미에서 설탕가루인형형님은 디씨가 더 잘 어울리는군요.
큐리스
07/01/23 13:43
수정 아이콘
이 글도 잘 쓰셨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또이또이하다"라는 단어가 있나요?
무척 궁금하네요.
아레스
07/01/23 15:10
수정 아이콘
한번에 쫘악 써내려간 글은 아닌것같지만, 굉장히 꼼꼼하게 정성이 들어간 글이란 느낌이 듭니다..
가벼운 글이 난무하는 요즈음 이런글도 전 좋더라구요..
항즐이
07/01/23 15:25
수정 아이콘
또이또이 하다는 "똑같다"의 사투리 인 것으로 압니다.
어머니께서 많이 쓰시더군요. 경상도 사투리인가 봅니다.
CrystalCIDER
07/01/23 15:35
수정 아이콘
전 "똑똑하다, 명확하다" 라는 의미에서 또이또이를 썼는데, 검색 해 보니 사전에 등재되지 않고 어원과 그 뜻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단어군요. (고스톱에서 패가 같을 때 사용 한다거나, 항즐이님께서 말씀하신 것 등 여러가지 뜻이 있네요) '또이또이'란 표현이 참 예쁜 것 같아서 썼지만 앞으로는 자제 해야 겠습니다 : D
큐리스
07/01/23 16:43
수정 아이콘
문맥상 무슨 뜻으로 쓰셨는지는 알았는데요.
처음 들어보는 단어라 궁금해서 여쭤봤었습니다. 답변 감사합니다~
아케미
07/01/23 19:45
수정 아이콘
정말 잘 쓰시는데요! 논술로 고민하고 있는 같은 고등학생으로서 한 수 배워 갑니다.
포도주스
07/01/23 21:27
수정 아이콘
글을 잘 쓰는 것도 타고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생각하는 것들은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다들 비슷할 텐데 자기 머릿속에 얼키고 설킨 것들을 훌륭하게 뽑아내는 분들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오죠.

그런 재능을 갈고 닦을 수 있는 길이라면 역시 책이 왕도라고 봅니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접한 사람들을 보면 이해력과 분석력, 논리력이 매우 뛰어난 경우가 참 많더군요. 글을 읽는 속도도 빨라지다 보니까 수능 같은 곳에서도 유리할 수 있구요. 정말 건질 내용 하나 없는 양산형 환타지 이런 것들만 제외하면 어느 장르든 많이 읽는 것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 꼭 신문 사설류가 아니라도요.

저는 다행히도 논술을 겪지 않고 대학에 들어오고... 대학 들어와서는 전공과 인터넷-_-에 치여서 책하고는 멀어지게 되었습니다만 (변명이겠지만요 ^^;) 졸업하고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면 다시 책과 가까워지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10대 분들, 인터넷하는 시간을 조금만 줄이고 책과 가까워져 보세요. 생각의 깊이가 달라질 겁니다.
07/01/24 04:30
수정 아이콘
포도주스님// PGR추게행 글을 10분만 더 읽어도 생각의 깊이가 달라질거라 확신합니다..^^ 그만큼 PGR은 대단한 곳이니까요.. 1~2천권대의 독서량은 명함도 제대로 못 내미는 이곳 아닙니까.. 정말 최고의 커뮤니티죠!!
07/01/24 20:16
수정 아이콘
그래도 평소에 책은 읽는 편인데,,,
글을 쓸 용기는 차마 나지 않고
댓글만 하나 달고 도망가는^^;;;
어쨋든 pgr에서 많은 것 배웁니다^^
My name is J
07/01/25 10:43
수정 아이콘
깔끔하고 상큼한 글입니다.^^
에이스 게시판 덕분에 읽게 되는군요.. 으하하하-

다들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꾸벅-
KuTaR조군
07/01/25 11:32
수정 아이콘
논술 쓰시면 정말 잘 쓰시겠네요. 예비고3에게는 칭찬이겠죠?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쓰시기 바랍니다.
07/01/25 11:37
수정 아이콘
에이스 게시판 만든 분에게 축복을!

공감가는 글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일으키는 글이 잘 쓰는 글 아닌가요? ^^
글 잘쓰시네요. 원하는 대학 들어가시고 원하는 일 모두 이루시기 바랍니다.
해바라기
07/01/25 14:10
수정 아이콘
이야~ 글 잘쓰시는군요... 1년 후에 저희 학교에서 뵈요 >_< 07 선배로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삼천포로 빠지는 것이지만... 위에 p.p님 오랜만이네요^^ 반갑습니다.
멘디에타
07/01/25 23:14
수정 아이콘
신문 사설은 논술 전문가들은 비추..하죠.. 시각이 편파적이라고..
연탄맛초콜릿
07/01/27 07:57
수정 아이콘
텍스트가 술술 흘러나오는 게 아주 읽기 좋게 잘 쓰신 거 같은데 이런 글이 못쓴 글이라고 하시면 어떻하란 말입니까.흑흑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3559 [리뷰] 피식대학 05학번 시리즈 - 추억팔이에서 공감 다큐로 [20] 라울리스타5281 22/08/08 5281
3558 어제 달려본 소감+다이어트진행상황 (아무래도 우주전쟁님이 날 속인거 같아!) [19] Lord Be Goja4545 22/08/06 4545
3557 늘 그렇듯 집에서 마시는 별거 없는 혼술 모음입니다.jpg [30] insane4372 22/08/06 4372
3556 [역사] 괴뢰국가 만주국의 최고 학부 건국대학의 조선인 유학생들 [13] comet214591 22/08/05 4591
3555 쉬지 않고 40분 달리기에 성공했습니다... [36] 우주전쟁4469 22/08/04 4469
3554 (풀스포) 탑건: 매버릭, '친절한 매버릭 투어' [28] Farce4278 22/08/04 4278
3553 특전사의 연말 선물 [37] 북고양이4302 22/07/31 4302
3552 폴란드 방산기념 이모저모2 [45] 어강됴리3965 22/07/29 3965
3551 보행자가 무시당하는 사회 [94] 활자중독자4303 22/07/26 4303
3550 중학교 수학과정을 마쳤습니다... [50] 우주전쟁4308 22/07/25 4308
3549 [역사] 일제 치하 도쿄제대 조선인 유학생 일람 [60] comet211764 22/07/24 1764
3548 MCU의 '인피니티 사가' 후속, '멀티버스 사가' 윤곽이 공개되었습니다. [164] 은하관제2031 22/07/24 2031
3547 [역사] 이순신은 정말 무패(無敗)했는가? (2) [15] meson1413 22/07/20 1413
3546 KF-21 초도 비행 기념 T-50/FA-50 이야기1 [24] 가라한655 22/07/19 655
3545 대한민국 출산율에 이바지 하였습니다!! [110] 신류진886 22/07/12 886
3544 [테크 히스토리] 다이슨이 왜 혁신적이냐면요 [33] Fig.12565 22/07/12 2565
3543 설악산에 다녀 왔습니다. [33] 영혼의공원896 22/07/11 896
3542 [기타] 히오스는 너무 친절했다. [138] slo starer1223 22/07/10 1223
3541 스포有. 탑건 매버릭. 미국에 대한 향수 [35] 지켜보고있다986 22/07/10 986
3540 단면 [12] 초모완527 22/07/09 527
3539 (스포) 단 1화 만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빠진 이유 [80] 마스터충달2603 22/07/06 2603
3538 소소한 취미 이야기 - 은하수 촬영 [52] 시무룩904 22/07/06 904
3537 관심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 - 구글 시트 공유합니다 [28] Fig.11038 22/07/06 103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