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우 마케팅 팀장은, 자기네 팀원들에게 진짜 마케팅이 뭔지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 얘들아, 이런 식으로 마케팅 할 거야? 우리가 무슨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잖아? 우리 같은 '대기업'에서의 마케팅이란 게 뭔지 몰라? "
팀원들은 눈치만 볼 뿐 섣불리 대답을 못했다. 애초에 대답을 기대 안한 김남우 팀장은 금방 말을 이었다.
" 내가 이야기 하나 해줄게. 들어봐. "
팀원들은, 집중이라도 안하면 혼날까봐, 김남우 팀장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 '송여인' 이라는 아줌마가 있었어. 이 송여인의 남편 직업이 '발명가'였어. 돈 못 버는 직업이지. 이 부부는, 평생을 송여인이 어린이집에서 벌어온 돈으로만 생활을 해오다가-, 드디어 남편이 제대로 된 발명품을 하나 개발해낸 거야. 송여인은 남편이 자랑스러웠고 무척 기뻤어. 그래서 어떻게든 내조를 하고 싶었던 거야. 듣고들 있어? "
" 네,네! "
" 그래서, 송여인은 어떻게든 남편의 발명품을 홍보해주고 싶었는데, 송여인은 할 줄 아는게 없었어. 평생을 어린이집에서 애들만 봤지,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했던 거야. 그때 송여인이 어떻게 했을까? 송여인은 포기하지 않았어. '그렇다면,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을 하자!' 송여인은 가장 잘하는 '구연동화'를 준비해서 전국의 놀이터들을 찾아다녔어. 열심히 발품 팔아가며 아이들을 모아놓고 구연동화를 한 거야. "
" 아~~ "
팀원들은 마치, 무슨 말을 하시는지 알겠다는 '듯', 리액션을 취했다.
한데. 김남우 팀장의 이야기는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모은 송여인은 구연동화를 시작했어. 송여인의 구연동화가 어땠는지 한번, 들어봐. "
[ 아줌마가~ 멋있는 '영웅'이야기 들려줄게요~! ]
[ 영웅이요? 아이언맨 같은 거요? ]
[ 아,아이언맨? 아뇨아뇨~! 아줌마가 오늘 소개 할 영웅은 아이언맨이 아니라, 바로 '돈키호테'라는 영웅이랍니다~! ]
[ 돈키호테? 돈키호테도 하늘 날 수 있어요? 레이저 쏠 줄 알아요? ]
[ 아뇨아뇨, 음~ 돈키호테는 하늘은 날 수 없지만, 정말 멋진 말을 타고 다녔어요. 그리고 돈키호테는 정말 멋진 '창'을 썼어요~! ]
[ 창이요? ]
' 챙! '
[ 짜잔! 이렇게 은빛으로 빛나는 멋진 무기랍니다~! ]
[ 아~~... ]
[ 돈키호테는 이 멋진 창으로, 악당들을 이렇게, '휙-!' 하고 찔러서 한방에 무찔렀어요! ]
[ 무슨 악당을요? ]
[ 돈키호테의 악당은 '풍차'였어요. 풍차가 뭐냐면, '짜잔!' 이렇게 생긴 거랍니다~! ]
[ 아~~... ]
[ 돈키호테는 이 멋진 은빛 창으로, 이 풍차 괴물을 이렇게 '휙-!' 하고 찔러서 한방에 무찌르곤 했어요! 돈키호테 멋있죠? ]
[ 네~~ ]
[ 근데 여러분, 돈키호테가 왜 영웅인지 알아요? 돈키호테는 바로 '용기의 상징'이랍니다. 하늘을 날 수도 없고, 레이저도 못 쏘지만, 돈키호테는 그 누구보다도 위대한 '용기'를 가지고 있었어요. 여러분은 '용기'가 뭔지 알아요? ]
[ 저 알아요! 용기는, 고백 할 때 필요한 거예요! ]
[ 우리 엄마가 용기는 잘못을 해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 거랬어요! ]
[ 맞아요~ 그것들도 훌륭한 용기죠! 하지만. 진짜 위대한 용기가 뭔지 알아요? 아줌마가 말해줄까요? ]
[ 네! ]
[ 진짜 용기는, 사랑하는 가족을 위할 때 나오는 거예요. 엄마, 아빠,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할 때 나오는게 진짜 용기에요. 사실은... 아줌마도 지금 가족을 위해서 큰 용기를 내고 있는 거랍니다? 후~우... 자, 여러분은 엄마아빠 사랑해요? ]
[ 네! 사랑해요! ]
[ 그럼 여러분도 돈키호테처럼 용기를 내서 엄마아빠를 지켜줘야 해요. 가족을 지키는 마음, 그것이 진짜 용기거든요! 여러분은 사랑하는 엄마아빠를 지켜 줄 수 있어요? ]
[ 네! 지켜 줄 수 있어요! ]
[ 아유~ 착해라~! 앞으로는 여러분이 이 용기 있는 돈키호테처럼, 엄마아빠를 지켜줘야해요~? 이런 풍차 악당 같은 건 이렇게 창으로, '휙-!'하고 찔러서 한방에 무찌르고 말에요! 알았죠? ]
[ 네~~~! ]
[ 이렇게, '휙-!' 하고~. . . ]
" 송여인은 이렇게 놀이터들을 돌아다니며 남편의 내조를 한거야. 이 돈키호테 구연동화를 이용해서 말이지. "
김남우 팀장의 이야기가 끝났지만, 팀원들은 포인트를 잡지 못했다. 무엇이 내조라는 걸까?
그래서, 김남우 팀장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걸까? 마케팅은 여기저기 발품을 팔고 다녀야 한다는 걸까? 그게 아니면 돈키호테처럼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걸까?
김남우 팀장은 슬며시 입꼬리를 올리며 팀원들의 혼란스러운 얼굴을 하나하나 돌아보았다.
그중 한 팀원이, 돈키호테처럼 '용기'를 내어 물어보았다.
" 저어...팀장님? 그럼 송여인은 어떻게 남편의 내조를 한 것이지요? "
" 자~, 그럼 여기서 문제! 송여인 남편의 발명품이 뭐였을까? "
" 그, 글쎄요? "
" 날개 없는 선풍기였어. "
" ? "
" 휙~! "
"........! "
무엇을 떠올렸는지, 팀원들의 표정이 새하얗게 질렸다.
김남우 팀장은 씨익 미소 지으며, 그들이 충격에서 빠져나오기 전 마지막 말을 던졌다.
" 이런 게 바로 마케팅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