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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4/20 03:51:02
Name 성소
출처 오늘의 유머 복날은 간다 님
Subject [텍스트] [단편]신의 소원
어느날 갑자기 전인류의 머릿속으로 신의 메시지가 울렸다.


[ 너희의 기도가 닿아 한가지 소원을 들어주려 한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뭐든지 다 이루어주겠다. 인간의 대표자는 오늘 밤 12시에 소원을 말하라- ]


전인류 모두가 함께 들은 메시지는 신빙성 논란을 일축했고, 인류는 빠르게 의견을 나누려했다.

그러나 얼마 안가, 갑자기 하늘에서 빛의 기둥이 내리쬐어졌다. 희한하게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있었던 그 기둥의 끝은, 어느 한 교도소였다.

빛은 교도소에 수감된 죄수, '잭'을 비추고 있었던 것이다.

건물과 가림막, 모든 것을 무시하고 '잭'만을 비추는 빛의 기둥은 신성함 그 자체였다. 신이 말한 인간의 대표자가 잭이 된 것이었다.


인류 초미의 관심사였던 그 소식은 곧장 전세계로 퍼져나갔고, 세계는 당황했다.

왜 하필 '잭'인가? 왜 하필 연쇄살인마 '잭'이란 말인가?

당황은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사형수였던 잭은 곧바로 특급 호텔로 이송되어 최고급 대우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세계는 토론했다. 어떤 소원을 빌 것인가? 많은 후보군들이 경합했다.

지구온난화, 세계 평화, 인간 수명연장, 대체 에너지, 우주 진출 등등...

하지만 문제는 잭이었다. 아무리 인류가 소원을 정하더라도 잭이 그 소원을 빌지 않으면 말장 도루묵인 것이었다.

그리고 그때. 누군가 말했다.

" 연쇄살인마 잭을 어떻게 믿는단 말입니까? 잭의 말 한마디로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습니다! "

그의 우려는 타당했다. 신의 축복에 들떠있던 인류는, 어쩌면 이것이 신의 재앙이 될 수도 있음을 인지하게 되었던 것이다.

인류는 고민했다. 전인류가 잭에게 무릎 꿇고 빌어야 한단 말인가? 잭이 과연 인류의 부탁을 들어줄까? 인류는 이 위험한 도박을 걸어야 하는가?

그리고 그때, 누군가가 다시 말했다.

" 잭의 사형을 지금 집행합시다! "

그의 말은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일으켰다. 인류는 연쇄살인마를 믿고 도박을 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연쇄살인마 잭은 최고급 호텔에 도착한지 2시간 만에, 도로 형장으로 끌려가 사형을 당해야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다시 당황했다. 잭을 비추는 빛의 기둥이 사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온갖 추측들로 사람들은 공포에 떨었고, 그날 밤 12시까지 전세계의 이목은 잭의 시체로 집중되었다.

한데 사람들의 걱정과는 달리, 12시가 지나자 잭의 시체를 비추던 빛의 기둥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 대신, 또다시 신의 메시지가 전세계로 울렸다.


[ 내일 밤 12시에 다시 소원을 말하라- ]


그리고 곧, 다른 곳에서 빛의 기둥이 다시 비추어졌다.

기둥 근처의 사람들은 발 빠르게 기둥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두번째 기둥의 주인공 '마르크스'를 확인할 수 있었다.

마르크스는 한쪽 팔이 없는 장애인 남자였던 것이다.

빛의 기둥 안에서 마르크스는 소리쳤다-!


" 나의 소원은 전 세계의 모든 장애가 치유되는 것이오! "


사람들은 그의 소원을 지지했다! 좀 더 나은 소원을 제시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선택받은 자의 뜻을 꺾으면서까지 소원을 반대할 명분은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소원이 이뤄질 내일 밤을 기대하며 잠이 들었다.


하지만 아침이 되었을 때, 사정은 달라졌다.

선택받은 인간 '마르크스'에 대한 모든 신상명세가 낱낱이 파헤쳐 졌고, 온갖 소음들이 터지기 시작한 것이다.

" 마르크스는 전쟁 군인이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그 과정에서 팔을 잃은 겁니다! "
" 마르크스는 최근까지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었소! 그의 정신상태는 몹시 불안정하오! "
" 마르크스는 매일같이 술을 마십니다! 술에 취할 때마다 마르크스가 항상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습니다! '빌어먹을 공국 놈들은 죄다 찢어 죽여버려야 해!' 그는 과거 적국에 대한 원한으로 가득 찬 위험한 사람입니다! "

사람들은 동요했다. 만에 하나를 걱정했다. 마르크스가 혹, 인류에게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그 걱정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것은 고작 몇 개의 키워드 만으로도 아주 간단했다. '정신과치료' , '전쟁살인' , '알콜중독'.

실제 마르크스가 어떤 사람인지는 사람들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해가 채 지기 전, 누군가가 말했다.

" 마르크스를 죽입시다! "

누군가들은 동의했다.

" 맞습니다! 마르크스가 인류에게 해가되는 소원을 빌기 전에 죽입시다! "

한번 펼쳐진 시류에 사람들이 휩쓸리는 건 순식간이었다.
결국 마르크스는 12시를 보지 못하고, 주인 없는 총에 맞아 목숨을 잃어야만 했다.

사람들은 다시 마르크스의 시체를 보며 신을 기다렸다.

12시가 되어 마르크스의 시체에서 빛의 기둥이 사라지고, 또다시 신의 메시지가 울렸다.


[ 내일 밤 12시에 다시 소원을 말하라- ]


세계 어딘가에서 또다시 빛의 기둥이 내리쬐었다.



3번째 빛의 기둥의 주인공은 평범한 사내, '김 군'이었다.

평범한 김군의 신상명세가 모두 드러나는 데는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 김군은 음주운전을 걸린 적이 있습니다! "
" 김군은 개고기를 먹는다-! "
" 김군이 예전에 달았던 댓글들을 보십시오! "
" 김군이-. . . . ."


사람들은 엄격했다. 김군이 지은 깃털만 한 죄들도 사람들의 평가하에 그 무게가 달라졌다.

김군이 진짜 어떤 사람인지는 사람들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작은 흠집만으로도 김군은 인류멸망의 씨앗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는 또다시 말했다.

" 저런 인성을 가진자가 혹시라도 인류에게 해가 되는 소원을 빌면 어쩐단 말입니까?! 인류의 안전을 위해 김군을 죽입시다! "

휩쓸린 사람들은 동의했다.
그렇게 김군은 '완벽하지' 못한 죄로 주인없는 칼에 맞아 목숨을 잃어야만 했다.

사람들은 다시 빛이 내리쬐는 김군의 시체를 보며 신을 기다렸다.


[ 내일 밤 12시에 다시 소원을 말하라- ]



4번째 빛의 기둥의 주인공은, 세계적인 재벌 '스크류지'였다.
이미 '잭'과 '마르크스', '김군'의 상황을 처음부터 지켜본 스크류지는 발 빠르게 선언했다.


" 나는 인류를 위한 소원을 빌지 않을 것이오! 나는 나의 불로불사를 소원으로 빌 것이오! 내 소원은 지극히 개인적인, 오직 나 자신만을 위한 것이오! 그러니, 내가 절대 인류에게 해가 되는 소원을 빌지 않을 것임을 모두가 다 인정할 수 있을 것이오! "


그의 말은 타당하였다. 이미 가진 게 많은 자가 불로불사를 소원으로 빌겠다는데, 그걸 믿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 스크류지의 소원이 인류에게 해가 될 가능성은 전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질투하는 자는 있었다. 이번에는 명분이 '만들어졌다'.

" 왜 스크류지는 인류의 소원을 혼자서 쓰는가?! "
" 불로불사라는 것이 인간에게 허락되어도 되는 것인가?! "
" 오만하고 이기적인 자! 그는 소원을 빌 자격이 없다! "

결국 시류에 휩쓸린 사람들은 또다시 말했다.

" 스크류지를 죽입시다! "
" 스크류지가 소원을 빌기 전에 죽입시다! "

스크류지는 당황했다.

" 이,이보시오들! 그렇다면 내 다른 소원을 빌겠소! 인류를 위해 소원을 빌겠소! "

하지만 광기에 휩쓸린 사람들을 막을 재주는 없었다.

" 스크류지의 말을 믿을 수 없다! "
" 스크류지 같은 가진 자는 절대 남을 위하지 않는다! "
" 스크류지를 죽이자-! "


그날 저택을 탈출해 피신하던 스크류지의 방탄 자동차는, 광기에 찬 군중들에 의해 불태워졌다.

또다시 사람들은 빛이 내리쬐는 스크류지의 시체 위에서 신을 기다렸다.


[ ...이번이 마지막이다. 내일 밤 12시에 다시 소원을 말하라- ]


마지막이 있을 줄은 몰랐을까? 사람들은 당황했다. 신중해졌다.

그리고 5번째 기둥의 주인공을 찾았을 때, 사람들의 광기는 드디어 멈춰졌다.


기둥의 주인공은 8살 소녀였다. 사람들은 빠르게 소녀를 평가했다.

소녀의 가족은 속세를 떠나 평생을 산속에서 밭을 일구며 자연과 함께 살고 있었다. 흡족했다.
소녀는 태어나 단 한 번도 집을 떠나 본 적이 없고, 부모님 외에는 그 누구도 만나지 못해, 속세의 때가 묻지 않아 순수했다. 흡족했다.
그들 가족은 모두 채식만을 하였고, 벌레조차 쉽사리 살생하지 않았다. 흡족했다.
그들 가족은 지금의 생활이 가장 행복했고, 속세에 그 어떤 욕심도 없었다. 흡족했다.

완벽했다. 드디어 사람들은 그 어떤 흠도 찾아내질 못 했던 것이다.

그리고 소녀는 대답했다.


" 우리 아빠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평등'이라고 했어요! 저는 세상 모두가 평등해졌으면 좋겠어요! "


평등! 소녀의 대답 또한 사람들에겐 만족스러웠다. 사람들은 소녀가 올바르고 똑똑하다며 매우 칭찬했다.

물론 더욱 유용할 소원들이 많았지만, 소녀의 순수성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 다른 소원을 강요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사람들은 처음으로 빛의 기둥 속, 살아있는 사람을 보며 신을 기다렸다. 평등해질 세계를 기다렸다.

그리고 12시가 되었다.


[ 소원을 말하라- ]


천진난만한 소녀는 밝은 미소로 소원을 빌었다.

그것은- 인류가 잭에게 상상했던, 마르크스에게 상상했던, 김군에게 상상했던, 스크류지에게 상상했던 그 어떤 소원들 보다 더, 재앙이었다.



[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인간처럼 똑똑해졌으면 좋겠어요! ]



사람들은 물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바퀴벌레도 그 물음에 대답을 해 줄 수 있는 세상이, 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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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히아이스
17/04/20 03:57
수정 아이콘
다른사이트에서 본적있는 글 같은데
본인이신가요??
17/04/20 03:59
수정 아이콘
아뇨. 원 글쓴이는 링크에 나와있는대로 오유 분이십니다. 전 그냥 퍼온거구요.
이쥴레이
17/04/20 08:30
수정 아이콘
테드창 단편 모음집인 당신 인생의 이야기에서 비슷한 에피소드가 하나 있던거 같네요.
천사들이 나오고 강림(?) 당하는 이야기였던거 같습니다.. 사랑 이야기이기는 했지만요.
도들도들
17/04/20 18:40
수정 아이콘
[지옥은 신의 부재]였던가요.
달토끼
17/04/20 13:47
수정 아이콘
현대판 동화 같네요
도들도들
17/04/20 18:39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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