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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6/28 11:32:44
Name 이밤이저물기전에
Subject [단상] 다시보는 "짝' 의 공포스러움
나는 올해로 만 서른의 나이가 되었다.
신동엽 아재개그에 나도 모르게 피식 했더니 옆에 있던 여친이 아재라고 핀잔을 준다.
나이 서른살이 아재지 그럼 뭐냐고 했더니 왜 그리 순순히 인정해버리냐면서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나는 짝의 애청자였다.
2011년 방영하기 시작해 2014년 출연자 사망으로 안타깝게 종영되기까지 매주 즐겨보곤 했었다.
대학 시절부터 외국에 나와 유학한지 꽤 되었던 당시의 나는 본토 우리나라 사람들의 데이트/연애 문화가 참 궁금했었는데 짝은 그런 목마름을 적셔주는 단비같은 존재였다.


짝은 "나라면 어떤 여자를 고를까" 하는 대리만족의 재미가 있었다. 무수한 일반인들 중 간혹가다 보이는 예쁜 여자의 출현. 그리고 도시락선택때 벌떼같이 몰려드는 남자들을 보면서 "역시 외모따지는게 나만 그런건 아니군" 하는 동질감을 얻었다. (미인대회출신편을 기억하시는가?) 그리고 세상에 이상한 여자보다는 이상한 남자들이 참 많다는 것, 그리고 그런 남자를 보면서 나는 스스로 그래도 저거보다는 훨씬 낫지 않느냐는 위안을 얻었다. (모태솔로편에 조개껍질남을 기억하시는가?) 그리고 세상에 아무리 돈이 많아도 유아기적 트라우마를 못벗어나는 사람이 있고, 또 여성 입장에서는 그런 정신적/가치관적 결함조차도 재력이 상쇄한다는 사실에 일단 남자는 돈이구나 하는 현실감각을 얻었다. (이건 에피소드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짝을 처음 시청하기 시작했던 20대 초중반의 나에게 있어 여성은 아직 알 수 없는 미지의 존재였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알수가 없었다. 왜 삐지는지도 모르겠고 기쁘게 해주기는 왜그리 어려운지 모를 존재였다. 허구한날 싸우고 또 화해하고를 반복했다. 지친 연애가 끝나서 솔로가 되면 다시 또 여자친구를 어떻게 사귀는지를 몰라서 고생을 했다. 내가 가진 장점이 뭔지도 모르고 인기 좋은 친구 따라하려다가 이불킥할 기억들을 많이 만들어 냈다.


짝이 종영하게 될 즈음 20대 후반에 들어선 나는 좀 나아졌다. 짝을 보며 소개팅 대리만족을 하던 나는 줄줄이 소개팅을 해보게 되었다. 여자들과의 대화가 수월하게 되면서 10대 후반과 20대의 절반동안 쌓여왔던 연애욕이 폭발하면서 중간 중간 텀이 없이 연애를 했다. 어릴 적에는 여자가 바라는 남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를 고민했는데 이제는 그냥 생긴데로, 지금 있는데서 조금만 더 성격이 둥글둥글한 사람이 되어보자는게 모토가 되었다. 나름 여러 다른 색채를 지닌 사람들을 만나보면서 나에게 맞는 사람은 누구인지 이제는 대충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나이 서른줄이 되었다. 미스테리의 존재였던 여성은 이제 마주 앉아 몇마디 대화를 나누어 보면 어떤 색채를 가지고 있는지 느껴지게 되었다. 대화를 좀 더 길게 하다보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어떤 걱정을 하고 사는지도 느껴진다. 마치 남자인 내가 다른 남자의 머릿속을 훤히 들여다 볼수 있는 것 처럼 무지의 영역에 있던 이성인 여성이라는 존재가 앎의 영역으로 옮겨 온 것이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토록 알고싶어 했던 존재를 드디어 이해하게 된 나는 불편해진다. 여성이 언짢아지고, 남성이 못마땅하고, 그리고 내 스스로에게 실망한다.


그래서 다시 보는 "짝" 은 이전과 사뭇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이전에는 무지로 인해 웃어 넘겼던 남성과 여성의 특성들이 훤히 보이다 못해 내 기분을 암울하게 만들 정도이기 때문이다.


참가자 여성이 남성과 여성이 만나 사귐에 있어 여성 스스로가 대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게 아니꼽다. 남성이 구애를 하는건 당연하며 여자는 스스로가 그 노력을 심사하고 평가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새가 맘에 들지 않는다. 그리고 그 노력의 이면에는 남성의 비굴함이 자리하고 있고 사랑의 제스쳐라고 생각했던 남성의 행동들이 결국 가서는 여성에 대한 기대와 보상심리로 전환된다는걸 모르는 그 무지함또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남성의 비굴함을 애정의 깊이로 잘못 해석해 기뻐하다가 나중 가서는 이내 싫증을 낼 모습이 자동적으로 그려진다.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평가해보기 전에 남자의 가치를 평가하려고 드는데 대개 그 잣대에는 재력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존재인데 과연 그 정도 학력과 직업으로 나를 먹여살릴수 잇겠냐는 의문을 가지고 그걸 실제로 남자에게 캐묻기까지 하는 뻔뻔함은 또 어떤가 (워딩이 어떻든 간에 골자는 그것이다).


남자도 한숨이 나온다.
왜이리도 줏대가 없고 비굴한가? 꼭 남자인 자신이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면서 어색한 이벤트를 하니까 앉혀 놓은 여자만 불편하다.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시청자들 손발이 퇴갤할 정도로 오그라들거라는걸 본인들도 알텐데 왜 이벤트를 당연하다는 듯이 하고 있을까? 그것은 본인이 노래를 잘 불러서, 악기를 딱히 잘 연주해서가 아닐 것이다. 내가 이렇게 창피함을 감수할 정도로 엄청난 노력을 앞으로도 쏟아부을테니 나를 선택해달라는 일종의 선거 공약인 것이다. 근데 왜 공약은 남자만 해야 하는가. 그리고 왜 이렇게 왜곡된 구애 방식에 남자들 끼리 서로 출혈 경쟁을 해가며 동의하고 있는가. 짝의 남자들을 지켜보는건 마치 자존감이 없던 내 어린시절을 떠올리는 것과 비슷하다. 반은 부끄럽고 반은 노력이 가상하다고 칭찬을 해주고 싶다. 혀 뒷맛은 살짝 쓰다.


하지만 다시 보는 "짝" 이 정말로 공포스러운 이유는 거기 나오는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바로 내 자신이다.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장면들은 몇년이 지난 지금 이제 재미를 따지기 전에 옳은 것과 그른 것을 따져야 하는 것으로 분류된다.
나는 어느새 거기 나오는 남자들을 보면서 저러니 장가를 못가지, 여자들을 보면서 저러면 시집 가기 한참 멀었겠구만을 연발하고 있는 내 스스로를 발견한다. 남자가 자기 생긴 건 생각도 안하고 여자 참가자 몸매를 평가를 하니까. 여자는 자기가 웃을때 잡히는 눈가의 주름이 남자한테는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고 남자 가치판단하는데만 열중하고 있으니까. 남자는 안하느니 못할 말을 해서 본인 점수를 깎아먹고 있으니까. 여자는 싫증내고 짜증을 내면 자기 가치가 올라간다고 착각을 하고 있으니까. 남자는 직업이 처지면 시작 전부터 죄지은 남자마냥 위축되고 있으니까. 여자들은 본인들은 가부장적인 가치관을 거부한다고 생각하지만 유독 금전/재력 문제에서는 옛가치관을 고수하니까. 남자들은 주관이 강한 여자를 보면서 드세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하고 다루기 쉽고 너무 똑똑하지 않은 여자를 쫓아다니니까.


남자가 되었든 여자가 되었든 사람은 다 자기만의 매력이 있고 짚신도 다 짝이 있다고 생각하던 예전의 나는 어디로 갔는가? 지금의 나는 머리가 말랑말랑 하던 그때와 사뭇 대조된다. 이제 나에게는 해서는 될말과 해서는 안될 말, 해야 할 행동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 가져야 할 생각과 갖지 말아야 할 생각으로 나뉜다. 그리고 그렇게 쫓아다니며 소개팅을 하던 그 시절의 나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여러 색채에 대해 놀라워 했던 반면 지금의 나에게는 모든 것이 흑과 백으로 나뉘는거 같다.


이성에 대한 경험이 쌓여 만들어진 이 나의 흑백판독기는 나에게 축복인줄 알았다. 한동안은. 하지만 그게 나로 하여금 혀를 끌끌 차고 그럼 그렇지를 연발하고 쟤는 이래서 안되고 걔는 저래서 안돼를 머릿속에 되뇌이게 만들줄은 몰랐다. 다시보는 "짝"은 그래서 공포스럽다. 내가 어느새 꼰대가 되었음을 확실히 인식시켜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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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삼각형
17/06/28 11:38
수정 아이콘
첫문단의 판타지움 때문에 먼저 댓글 남깁니다.

저도 재미있게 보던건데, 사고가 있었군요.

전 그냥 저런사람들도 있구나.. 하면서 봤습니다.
17/06/28 11:43
수정 아이콘
크크 여담인데,
짝 3회출연에 빛나는 국민형아 기억하시나요?
연인찾으러 출연했다 우정만 쌓고 나왔다는..
같은 회사 부서 다녔었내요. 지금 둘다 나온상태이지만..
짝은 출연해서 인연만나기보다는 짝 출연 모임? 그런곳에서 인연을 많이 만난다고 하더군요.
지금은 결혼해서 잘살고 있는 우리 국민형아..크크
카미트리아
17/06/28 11:44
수정 아이콘
짝보다는 짝 출연자 모임이 진퉁이란 이야기가 많았죠..
Normal one
17/06/28 11:47
수정 아이콘
인프라코어 성님 말씀하시는군요 크크크. 한때 미녀분과 함께 찍은 사진이 올라오면서 관심을 받기도 했죠 크크크.
루체시
17/06/28 11:46
수정 아이콘
중요한 건 역시 자존감인 것 같아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MirrorShield
17/06/28 11:48
수정 아이콘
저는 짝을 보면서 항상 서글펐던게

저렇게 능력있고 멋진 남자들이 여자한테 매달리다싶이 구애하는게 슬펐던거같아요

나도 날 사랑해주는 사람과 평생을 보내고 싶은데, 날 저렇게 원하고는 사람은 없을거 같아서..
최종병기캐리어
17/06/28 12:35
수정 아이콘
불편해할 필요 없습니다. 생물학적으로 '수컷'과 '암컷'의 행태가 원래 그러하거든요.
수컷은 자신의 유전자의 전달을 위하여 암컷에게 다양한 구애의 행위를 하고, 암컷은 그 중에 가장 '뛰어나 보이는' 수컷의 유전자를 받아들입니다. 속물/비속물을 떠나서 동물이라면 '암컷'은 '수컷'을 고를 권한이 있는 셈이죠.

이러한 구애의 행위를 하지 않아도 되는 '줏대있는 수컷'은 오로지 하나, '무리의 장' 뿐입니다.
17/06/28 12:48
수정 아이콘
인간의 행동양식을 설명하는데
동물의 그것과 비교해서 [원래 그렇다]고 설명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유사해 보이는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요.
17/06/28 13:48
수정 아이콘
일부 유사한 게 아니라 사람도 동물이기 때문에 모든 행동의 기반에는 본능이 깔려 있어요.
조금 더 복잡할 뿐이죠
17/06/28 15:23
수정 아이콘
본능이 없다고 말하는게 아니라,
그것 만을 들어 설명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미였습니다.
이밤이저물기전에
17/06/28 14:11
수정 아이콘
짝이 그래서 동물의 왕국 사람버전이라고들 했지요.

저도 생물학적으로 설명되는 남성의 구애 동기와 여성의 쵸이스에 대해 어느정도 인정을 하는 편입니다. 문제는 이제 시대가 달라져서 표면적으로라도 본능을 넘어서서 남녀 행동양식이 바뀌어야 한다는건데 머 한국이 또 유달리 남녀성역할에 있어 아직 많이 가부장적인 면이 있다는 거겠지요.
시작버튼
17/06/28 12:37
수정 아이콘
남자들은 다들 학벌도 능력도 좋은 사람들이 나오고
여자들도 대부분 좋거나 아니면 외모가 유독 좋거나..
저기 안나와도 연애 잘 할거 같은 사람들이거나 아니면 저기 나와서 불쌍하게 구애할바에 결혼정보 업체라도 가입하면 쉽게 결혼할 사람들이 많이 나오긴 했죠.

그럼에도 재미는 있었어요.
일반인들이 카메라 앞에서 자기 감정을 드러내는 모습이 재밌었던거 같아요.
카미트리아
17/06/28 12:48
수정 아이콘
모솔 특집 그 중에서도 첫 특집을 추천합니다...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미나가 최고다!
17/06/28 12:40
수정 아이콘
힘든 날도 많았지만, 우리 이 모든 나날들과 화해해요..
마스터충달
17/06/28 12:45
수정 아이콘
사람들은 누구와 사랑할 것인지 고민합니다. 하지만 사람은 변합니다. 빛나는 외모는 세월이 흐를 수록 쭈글쭈글 오그라들죠. 성격? 안 변한다는 말은 과학적으로 틀렸습니다. 성격은 항상 변합니다. 재력? 인생지사 새옹지마입니다. 수십 억도 비트코인 태워 놓으면 활활 타버리는 거야 순식간이죠. 어떤 사람과 사랑하겠다고 해도 그 이상형을 만족시킬 존재도 없습니다. 설령 존재한다 해도 찰나일 뿐이죠. 그런 생각에 저는 누구와 사랑할 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과격하게 말하자면 아무나 사랑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고민해야 할 것은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입니다. 사랑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죠. 이미 완성된 이상형을 사랑하는 건 박제를 반려견으로 키우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사랑은 사람을 바꿉니다. 내 사랑으로 상대를 나에게 물들여 가는 것. 그게 사랑이죠.

아무나 적당히 맞는 사람이 있다면 가볍게 연애를 시작하세요. 그리고 물들이세요. 당신의 이상형으로.
17/06/28 12:54
수정 아이콘
멋진 말이네요.
공개무시금지
17/06/28 12:58
수정 아이콘
막줄 멋있네요. 그리고 공감합니다.
17/06/28 13:33
수정 아이콘
막줄에 감탄하고 갑니다.
17/06/28 13:49
수정 아이콘
참 좋은 글이네요.
고맙습니다.
이밤이저물기전에
17/06/28 14:01
수정 아이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근데 또 이상하고 현실은 굉장히 거리가 있는지라... 이론적으로야 내가 포용력이 크고 인격적/정신적으로 완성된 사람이라면 누구랑 결혼해도 문제는 없겠습니다만 실제로는 한계가 분명하고 장점만큼 단점도 많은게 사람이거든요.

실제로는 연애를 반복하다보면 적절한 필터링을 통해 거르고 내가 그 사람에 대해 느끼는 장점과 단점을 비교해보고 괜찮다고 느껴지면 고 하는 거겠지요. 막연히 이게 좋을 것이다 라는 기대감이 아니라 경험에 기반하는 이상형은 그래서 무시할것이 못 된다라는 생각입니다.
마스터충달
17/06/28 14:14
수정 아이콘
현실적으로 조건이 아예 없을 수는 없겠죠. 이렇게 생각하는 저도 조건이 있는 걸요.
(1. 교회 안 다니는 사람. 2. 말이 통하는 사람)

문제는 대개 이상형의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는 데 있겠죠.
저는 짝을 즐겨보진 않았는데 짝을 위시한 대부분의 연애관련 프로 보면서
저렇게 따져서 뭣하나 싶은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원달라
17/06/28 14:40
수정 아이콘
Fromm의 Art of Loving인가요

백번 공감합니다.
마스터충달
17/06/28 14:48
수정 아이콘
그냥 제 생각입니다. 역시 제가 생각하는 건 누군가 이미 다 생각해놓았군요. (털썩...)
원달라
17/06/28 15:06
수정 아이콘
이건 이것대로 굉장하다고 생각합니다..
상당히 흡사해서 인용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했는데..존경스럽습니다.
17/06/28 15:55
수정 아이콘
역으로... 상대방에 맞춰서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이 사실은 더 쉬운 방법입니다.
그리고, 더 어려운 방법이기도 합니다.
자유의영혼
17/06/28 16:05
수정 아이콘
와우.. 댓글이 멋있네요.
던져진
17/06/28 12:47
수정 아이콘
답은 잘생김이다.
17/06/28 13:09
수정 아이콘
이십대엔 모든 사람에겐 각각의 개성과 눈여겨 볼만한 장단점이 있고, 그것을 찾기 위해선 깊이 혹은 오래 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삼십대엔 한두 시간만 이야기를 나누어도 옳던 그르던 내 기준에선 사람을 평가하게 되었네요. 빠른 판단으로 더 알아갈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고요. 시간이 없다는 둥 여러 변명을 해보지만, 이십대에 사람들의 가능성에 열려 있었던 마음이 많이 닫혀버렸네요. 저도 아재를 넘어 꼰대가 되어가는 걸까요.
최종병기캐리어
17/06/28 14:04
수정 아이콘
이십대에는 나와 맞는 사람을 찾으려고 하기에 맞는지 안맞는지를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고, 삼십대에는 '이것만 아니면 돼'가 되기 때문에 빠르게 판단이 될 뿐더러 더 확실하게 판단을 내리는거죠.
이밤이저물기전에
17/06/28 14:04
수정 아이콘
제 마음이 그렇습니다.
어느덧 예전에는 새롭게 다가왔던 것들이 이제는 익숙해지고 결과를 예측 가능하게 되면서 선입견이 생겨나는거 같네요. 한편으로는 순진무구했던 시절에 작별을 고하는거 같아 좀 씁쓸합니다.
이민들레
17/06/28 13:45
수정 아이콘
아무래도 선택받지 못하면 공개적으로 엄청난 굴욕감을 주기에 비굴이고 뭐고 구애를 하도록 엄청나게 푸쉬하는 방송이라..
돈키호테
17/06/28 14:07
수정 아이콘
연애와 구애에 일정정도 통용되는 방식이라는게 있기마련인데
그걸 파괘해버리는 남녀가 적지않게 출연했고 그걸 보여준적이 많았죠
꼰대와는 별개의 문제지 싶습니다
은때까치
17/06/28 14:52
수정 아이콘
저도 짝 재밌게 봤기에 공감하면서 읽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다시 보면 어떤 기분이 들지, 저도 궁금하네요.
탐나는도다
17/06/28 14:55
수정 아이콘
짝을 보고 스스로 인생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누군가와 사랑을 주고 받는데 굉장히 인색하고 무디고 필요를 못느꼈었는데
가치를 못느끼던 무언가에 대한 새로운 생각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인간 본성을 생생하게 보는 느낌도 생경했구요
불미스러운 사고로 인해 폐지되서 너무 아쉽습니다
그즈음 들어서는 정말 재미로써도 최고의 시즌이었거든요

최초 방송될때는 참 싫어하던 프로였는데 이렇게 즐겨보게될줄이야

짝은 한번 출연하면 짝에 나왔던 출연자 카페에 초대되고 거기는
이미 여러모로 한번 선별된 나름의 듀오같은 존재였다더군요 크크
으아아아
17/06/28 15:16
수정 아이콘
회사 동기가 마지막 방송에 나왔었는데 다음회차가 그 사고 때문에 못나왔더라는... 덕분에 그 회차의 결과는 방영이 안됐죠
그 동기는 짝에서 만난 분과 결국 결혼했습니다.
17/06/28 15:56
수정 아이콘
그 분이야 말로, 정말로 많은 것을 얻어가신 분이군요!!
으아아아
17/06/28 17:01
수정 아이콘
네 그 방송보믄 대부분 한 분한테 몰렸던거 같은데 그 친구는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했죠
달토끼
17/06/28 15:22
수정 아이콘
한번도 안 봤는데 보고 싶네요. 푹에 있으려나...검색하러 갑니다
마블리
17/06/28 15:28
수정 아이콘
인간판 동물의 왕국을 보는 그 느낌이 싫어서 저도 잘 안보긴 했는데...
그와 별개로 여성은 이성의 능력을, 남성은 이성의 외모를 보는 것은 일종의 진화의 산물이랄까... 암튼 인간도 동물이고 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은 합니다. 예쁜 여성 앞에서 비굴해지는 남자나 능력있는 남성을 찾는 여자나 뭐 그렇게 잘못된 건가 싶네요.
17/06/28 17:00
수정 아이콘
말씀처럼 취향의 문제는 잘못이 아니죠. 문제는 성별적 특수성이 개개인에게 압박을 가하고 어떤 분위기가 생긴다는 거 같습니다. 본문에서도 말하지만 순수하게 남성이 맘에 든다는 이유만으로 어색한 이벤트를 하고 (남성적) 적극성을 행한다기엔 사회적으로 깔려있는 어떤 강요와 기대가 있으니까요. 물론 확률적으로 남성이 적극적인 것은 맞고 유의미하지만 그렇지 않은 남성도 있고, 그렇지 않은 순간도 있을텐데 그는 남성이란 이유로 남성적 행동을 해야하는 경우가 있고 남성적 대우를 받게 되죠. 물론 이는 여성 또한 마찮가지겠고요.

여성이 아무리 생물학적으로 신체근력이 어떻고 임신 출산으로 인한 리스크가 어떻든, 그는 여성 이전에 하나의 개인이고, 성별적 특수성을 넘어 개인의 존엄한 권리를 가진 인간이다. 즉 전체의 생물학적 특수성은 존중하되, 다만 그것이 특수한 개인들에게까지 덮어씌워져 억압하지 말자, 라는 게 여성운동을 통해 주장되었죠. 같은 논리를 남성에게 적용하면 성별적 특수성으로 인해 이해받고 존중받을 것과 별개로 문제는 무엇일지가 나타나지 않을까 합니다.
마블리
17/06/28 20:19
수정 아이콘
아하.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했습니다. 긴 답글 감사합니다. 그게 참... 저는 일차적으로는 개개인의 문제지만 근본적으로는 사회의 문제라고 생각하는데요, 남자는 이래야 해 여자는 이래야 해 라고 쉽게 고정된 성역할을 강요하는 어쩌면 좀 폭력적인 사회분위기가 빨리 개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예쁜여친있는남자
17/06/28 23:25
수정 아이콘
학교 선배가 한 명 나갔었는데 사실 뒤에서는 저 형은 스펙,직업도 좋고 외모도 괜찮은데 그런 프로그램 왜 나가냐 수군거렸습니다. 알고보니 깝죽대는걸 좋아해서 끼 발산하러 나갔었다고.. 정작 그 프로 도움 없이 결혼해서 지금은 연락도 안합니다 킈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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