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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3/25 18:29:30
Name 리콜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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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영화] '행복 목욕탕' 후기입니다. (스포X)




이번 주 있었던 [행복 목욕탕] 시사회 관람 후기입니다. 


1. 또 하나의 가족 영화입니다. 가족 붕괴 위기에서 새로이 재조합 되는 과정을 그립니다. 그리 새로운 플롯이 아니고 기존 영화들을 참고한 듯한 인상을 주는 장면도 많습니다. - 8월의 크리스마스, 가족의 탄생, 우아한 거짓말, 싱글라이더, 고레에다 히로카즈 작품들 (바닷마을 다이어리, 태풍이 지나가고) - 등 주로 한일 영화들이 생각나고 특히 맨 앞의 두 영화가 가장 많이 떠오릅니다.

2. 신파적 소재를 다룰 것이라는 것을 초반부에 공개하고 극을 진행합니다. 이후 신파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감독은 최대한 최루성 연출을 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문제는 각본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상황이 전부 안타까움 투성이라는 점입니다. 너도 나도 나열하듯이 환부를 보여준 후 그 원인(사연)을 다루고는 치유와 봉합을 하는 방식을 반복해서 보여줍니다. 상처 입은 사람들이 하나의 가족이 되는 이야기라는 점은 알아들을 수 있을지언정 감동의 깊이는 약해지는 현상을 가져옵니다.

3. 촬영과 미술에 공을 드린 흔적이 묻어납니다. 두 인물이 현재 소원한 상태면 한 프레임 안에 두 사람이 동시에 나오게 하지 않거나 한 화면 안에 한 사람은 정면 얼굴을, 동시에 다른 사람은 뒤통수만 나오도록 촬영했습니다. 두 사람이 얼만큼의 거리에 있고 어떤 자세로 있는지 유념하고 보셔도 재밌습니다. 대부분 고정 카메라를 사용하였고, 간혹 인물 간의 갈등이 심화될 때는 핸드헬드로 전환하기도 합니다.

 미장센도 눈에 띕니다. 구름과 굴뚝 연기가 변함에 따라서 이후 진행할 시퀀스의 분위기를 암시합니다.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색깔입니다. 여기서는 빨강과 노랑이 어느 지점에서 쓰이고 있냐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빨강은 생(生)을 의미하고 노랑은 죽음을 의미합니다. 차 색깔, 문, 커튼 색 (햇살), 아궁이 불 등등 여러 사물에 이 두 색을 배치해놨습니다. 특히 엔딩에서 두 색깔, 즉 생과 사에 대한 감독의 의견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4. 연기 면에서 큰 박수를 받을 인물은 '딸' 역의 [스기사키 하나] (사진) 입니다. 주요 인물들 중에서 감정 진폭이 제일 크게 요구되는 연기였고 그 퍼포먼스엔 흠 잡을 곳이 별로 없습니다. 우는 장면이 여러 번 등장하지만 매번 다르게 눈물을 표현합니다. 같은 눈물 연기라도 배우가 각기 다른 상황을 얼마나 민감하고 정확하게 반응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 역할로 지난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스기사키 하나에게 여우조연상과 신인배우상을 함께 수여한 선택은 지극히 옳았습니다. 

 제 1주인공인 '엄마' 역의 미야자와 리에 역시 좋은 연기를 합니다. 이 작품으로 일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탐으로써 [종이달]에 이어 2년 연속 여우주연상 수상이라는 영예까지 얻었습니다.

 문제는 '엄마' 캐릭터의 설정 방향입니다. 가족의 개념을 확장시키는 게 영화의 주제 중 하나인데 그를 위해 엄마의 사랑이 필요 이상으로 크고 넓습니다. 엄마의 사랑, 물론 위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 속 엄마는 소위 단점을 찾기 힘든 무결점의 모습입니다. 너무 거대한 사랑을 가진 사람을 통해 가족을 재구축하니 영화의 설득력이 오히려 약하게 됐습니다. 작품 원제가 [물을 끓일 정도의 뜨거운 사랑]인데 작품 속 사랑은 물을 끓이다 못해 태울 지경입니다.

5. 남성 캐릭터와 여성 캐릭터가 비슷한 수로 등장하지만 남성 캐릭터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집니다. 어떤 남자는 필요 이상으로 이야기가 부족하고 어떤 남자는 주제 의식을 위해 끼워진 존재처럼 느껴집니다. 연기 쪽도 큰 기대를 안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가장 어린 여성 배우가 다소 무거운 극 분위기를 살리는 역할로 등장합니다. 이 영화 최고의 명장면도 이 배우가 주도하는 씬입니다.

6. 곳곳에 일본 정서로만 이해할 영역이 등장합니다. 주요 사건에 대응하는 방식이 한국 정서와 안 맞는 부분이 있습니다. 특히 엔딩 시퀀스는 많은 분들께서 놀랄 정도로 대담하면서도 기괴합니다. 영화 원제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이기도 하고요. 



- 시사회 무대 인사로 감독과 스기사키 하나 씨가 왔었습니다. 당시엔 주연인 미야자와 리에 씨가 오지 않아서 아쉬워했는데 영화를 본 후 오히려 보물 같은 신인 배우를 직접 본 게 뿌듯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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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9012
17/03/25 21:04
수정 아이콘
오늘 예술관에서 작품을 보고 왔습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수작이더군요. 좋은 리뷰 잘봤습니다.
리콜한방
17/03/25 23:44
수정 아이콘
전 사실 아쉬움이 많았어요.. 감독이 각본-감독을 다 했는데 각본가보다는 감독 역할을 더 잘하는 사람 같아요.
킹이바
17/03/26 00:16
수정 아이콘
방금 보고 왔는데 흔히 말하는 일본 영화의 장단점을 다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던 거 같습니다.

한국 신파극과 달리 여기서 분노하고 저기서 우세요 떠밀지 않고 잔잔하게 굴린다는 점은 좋았지만 해결법과 대사에서 느껴지는 어색함(이질감)이 몰입을 방해하기도 했어요. 신파라는 걸 미리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절제하며 이야기를 연출했다는 점은 좋았으나 2번에서 말씀하셨듯 극이 진행될 수록 결국 비슷한 패턴의 반복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감정이 생각만큼 뜨거워지진 않았던 거 같네요. 그리고 후반부 엄마(미야자와 리에)의 사연은 사족처럼 느껴지더군요. 제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초반부 나왔던 복선을 활용하여 큰 감동을 줬던 엄마와 딸의 대화 장면이었습니다. 그 부분에선 꽤 먹먹하더라구요. 제가 그런 류에 약하기도 하고..

배우 중에선 미야자와 리에도 좋았지만 (<종이달>이 더 좋았네요) 스키사키 하나가 정말 인상적이더군요. 작년 비슷한 시기의 <너는 착한 아이>때도 느낀 거지만 일본 영화는 참 아역 연기자들을 잘 살리는 것 같아요. 존재감 없던 오다기리 죠는 비주얼로 열일 하더군요. 미야자와 리에도 미모가 괜찮은데 오다기리 죠가 너무 잘나오다 보니 부부로서의 케미가 잘 산 거 같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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