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7/01/16 16:45:41
Name ohfree
Subject [일반] 8마일
8마일

네가 단 한번, 단 한번의 기회로 원했던 모든걸 얻을 수 있게 된다면
그 기회를 잡겠어? 아니면 그냥 날려 버리겠어?


영화를 보고 나왔을때 혼란스러웠다.
노래는 기회가 왔을때 기회를 잡겠냐? 날려버리겠냐 라고 하면서
극중 주인공은 인기 래퍼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하고
자기 일하러 간다며 공장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는 이해해 줄 수 있지? 라며 친구들에게 말한다.

영화관을 나선 순간에도,
임요환이 서지훈에게 3:0으로 질때에도,  
이천수가 프리킥으로 월드컵에서 골을 넣을 때에도,
김성식이 wcg에서 워3 금메달을 딸 때에도,
이 의문은 화두가 되어 나를 따라다녔었다.


그리고 나는
제대를 하고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하고
퇴사를 하고
취업을 하고
퇴사를 하고
골드를 달고
멍을 때리고…

어느날 침대에 누워 멍때리며 티비를 돌려보는데 8마일이 나왔다.
벌써 15년 가까이 됐네. 라며 중얼거리며 보았다.


이전에는 눈여겨 보지 않았던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공장 반장이 일들 잘하고 있나 여기저기 살펴보다가 에미넴 옆에서 일하는 친구를 보더니
오늘 밤 야근할수 있겠냐고 물어본다.
야근수당이 두둑하기에 그 친구는 당연히 할 수 있다고 말하며 고맙다고 했다.

그 모습을 본 에미넴이 ‘헤이 반장. 나도 야근 시켜줘. 잘할 수 있어.’
라고 했지만 반장은
‘일도 안하고 뺀질뺀질 놀러만 다니는 놈이 뭔 야근이야. 안돼. 돌아가. 야근시켜줄 생각 없어’
라고 말하며 퇴짜를 놓았다.

그 모습에 빡쳤는지 에미넴이 열심히 일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결국 반장에게 인정받아 야근을 따낸다. 근데 하필 그날이 랩 대회하는 날이었다.
그리고 에미넴은 대회 나가서 사립 고등학교 다니면서 유복한 집안에서 자랐던 흑인 래퍼를 박살내고
(에미넴에게 쪽 당한 이 흑인 래퍼는 이후 공부 열심히 하여 어벤저스 팔콘이 된다.)
야근 늦는다며 공장으로 얼릉 뛰어간다.

극 중 주인공은 자신이 노래를 불렀던 그 한번의 기회가 반장에게 인정받은,
야근을 하기로 한 것이라고 생각했나 보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이번에도 래빗이 물었다.
이번에는 친구가 아닌 나에게 묻는 것 같았다.

“공장에 돌아가서 일해야돼. 이해해 줄 수 있지?”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안돼 병신아. 너 거기서 공장 들어가면
꿈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이라고 네가 말했던 그 상황의 반복이야.
에미넴 너 데뷔할때 매니저한테 롤렉스 시계 살 수 있냐고 물어봤다며?
공장 가면 평생 일해도 사기 힘들어. 그냥 래퍼해.

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이전처럼 공장으로 돌아갔다.

시간이 지나서 보면 다르게 보일까?
그때 보면 다른 놓쳤던 부분이 보일까?


15년쯤 지나서 다시 한번 봐야겠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Samothrace
17/01/16 16:50
수정 아이콘
이야 간만에 보는 진짜 좋은 리뷰네요
스테비아
17/01/16 16:51
수정 아이콘
흐.... 요즘 노래 생각나서 다시 듣고 있었는데 영화도 다시 봐야겠네요. 추천드립니다.
Blooming
17/01/16 18:02
수정 아이콘
R.I.P Curtis Hanson (1945~2016)

작년 가을에 커티스 핸슨 감독 부고를 보고 8마일을 한번 더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직까지 못 봤네요..
17/01/16 18:07
수정 아이콘
이제 20대 중반을 넘어가는 나이에 가슴을 울리는 감상이네요. 추천합니다.
The Normal One
17/01/16 18:23
수정 아이콘
8마일은 극 초반 부담감에 화장실에서 토하는 모습에서 자신의 치부를 모두 까보이며 상대 래퍼를 짓뭉개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영화지요.
어떻게 보면 성장 영화라고도 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작성자분께서 짚어주신 장면을 저는 에미넴이 책임감을 갖게되는 과정으로 보고 있어요. 작업장에서 문제가 생기면 '내 잘못이 아냐'라고 회피하던 모습에서 '앞으로는 그런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모습으로 변하는 것이 그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죠.

제 기억이 맞다면 랩 대회 결승을 앞두고 같은 작업장 누구에게 잠시 대타를 부탁하고 출전 했을겁니다. 그리고 우승을 하고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모습이죠.
어찌보면 그런 책임감이 우승을 할 수 있는 많은 원인 중 하나가 되었을 수도 있겠네요 :)
candymove
17/01/16 19:18
수정 아이콘
ost도 샀었는데 오랜만에 들어봐야겠군요...
17/01/16 19:49
수정 아이콘
거기서 공장에 일하러 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면 현실은 시궁창이 아니겠죠. 진짜 시궁창이니 랩으로 먹고살 길이 확실하지 않은 이상 일하러 가야죠.
17/01/16 19:49
수정 아이콘
OST와 래빗 여자친구, 어머니가 생각나네요.
보라도리
17/01/16 21:05
수정 아이콘
극중 에미넴 여자친구 브리트니 머피 애기가 없네요... 브리트니 머피는 2009년에 심장 마비로 사망.. 아 좋아 하던 배우 였는데 R.I.P
17/01/16 21:16
수정 아이콘
우와.... 20살때였나 보고 미국 힙합뽕(?)에 빠져서 에미넴 빠가되고 8마일을 20번이상 보고 (DVD방 가면 무조건 이 영화봤던기억이...) 한정판 DVD도 샀었는데 이장면이 기억이 안나네요 크크크
저도 세월이 지났으니 달리보이겠죠?
덕분에 추억여행한기분 안본지 8년은 넘은거 같은데 다시한번 찾아봐야겠네요~!
시즈토
17/01/16 22:26
수정 아이콘
8마일의 엔딩에 대해 여러 해석이 많았던 것 같네요. 그중 가장 어이없던 건 어느 영화기자의 평이었는데, 랩배틀을 이기고 돌아서는 에미넴을 악당 물리치고 떠나는 건맨으로 해석하더라고요. 서부영화 셰인처럼 요. 에미넴이 이겼던 건 허세에 쩐 가짜 스웩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현재 모습을 진실되게 얘기해서가 아닐까요. 그리고 현재 당장 해야할 일, 열심히 일해서 급여받고 여동생도 먹어살려야 하는 책임감에 눈떴다고 생각합니다. 랩을 포기한 게 아니죠. 랩배틀 1승에시건방 떨지 않고 이를테면 주경야독하겠다는 깨달음이겠죠. 저는 그 깨달음이 주제곡에서 말하는 '단 한 번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8마일 개봉했을 때 대한극장에서 봤는데 당시 전 에미넴이 누군지 잘 몰랐습니다. 유명한 백인 랩퍼, 평 좋은 영화라서 본 거였어요. 그런데 보고 나서 정말 한동안 자리를 뜰 수 없었습니다. 저말고도 모든 사람이 엔딩크레딧과 함께 나오는 주제곡을 듣더라고요. 이후로 삶이 힘들 때면 한 번씩 찾아보는 영화가 되었네요.
댕채연
17/01/16 22:32
수정 아이콘
8마일의 진실된 멋은 첫 랩배틀 포기 후 비닐봉투를 뜯고 옷입는 모습이였다고 생각합니다. 크크
마지막장면은 정말 많은 생각을 만들게 하는 장면이지요 현실과 이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장면인데 결국에는 현실을 생각하고 다시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는 느낌이였습니다. 주간의 생활은 야간 혹은 데모녹음을 하기위한 수단이 될수도 있구요. 제가 부족하지만 아마추어랩퍼를 시작하게 된 계기의 영화여서 수도없이 돌려본 영화중 하나입니다.
루루티아
17/01/18 02:14
수정 아이콘
이 글 보고 방금 영화 다 봤습니다.
현재 그리 좋지 않은 상황인데 무언가 생각하게 만드네요 덕분에 좋은 영화 보고 갑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일반] [공지]20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게시판을 오픈합니다 → 오픈완료 [53] jjohny=쿠마 24/03/09 27464 6
공지 [정치] [공지] 정치카테고리 운영 규칙을 변경합니다. [허들 적용 완료] [126] 오호 20/12/30 249705 0
공지 [일반] 자유게시판 글 작성시의 표현 사용에 대해 다시 공지드립니다. [16] empty 19/02/25 325857 8
공지 [일반] [필독] 성인 정보를 포함하는 글에 대한 공지입니다 [51] OrBef 16/05/03 448782 28
공지 [일반] 통합 규정(2019.11.8. 개정) [2] jjohny=쿠마 19/11/08 319045 3
101333 [일반] [개발]re: 제로부터 시작하는 기술 블로그(2) [10] Kaestro1476 24/04/23 1476 1
101332 [일반] 국민연금 더무서운이야기 [100] 오사십오5874 24/04/23 5874 2
101331 [일반] 기독교 난제) 구원을 위해서 꼭 모든 진리를 정확히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72] 푸른잔향2676 24/04/23 2676 8
101330 [일반] 교회는 어떻게 돌아가는가:선거와 임직 [26] SAS Tony Parker 2035 24/04/23 2035 2
101329 [일반] 예정론이냐 자유의지냐 [57] 회개한가인2679 24/04/23 2679 1
101328 [일반] 인기 없는 정책 - 의료 개혁의 대안 [129] 여왕의심복5081 24/04/23 5081 43
101327 [일반] 20개월 아기와 걸어서(?!!) 교토 여행기 [27] 카즈하1959 24/04/23 1959 6
101326 [일반] (메탈/락) 노래 커버해봤습니다! [4] Neuromancer654 24/04/23 654 2
101325 [일반] 롯데백화점 마산점, 현대백화점 부산점 영업 종료 [36] Leeka5022 24/04/23 5022 0
101324 [일반] 미 영주권을 포기하려는 사람의 푸념 [46] 잠봉뷔르7425 24/04/23 7425 91
101323 [일반] [개발]re: 제로부터 시작하는 기술 블로그(1) [14] Kaestro3476 24/04/22 3476 8
101321 [일반] [서브컬쳐] 원시 봇치 vs 근대 걸밴크 vs 현대 케이온을 비교해보자 [8] 환상회랑2708 24/04/22 2708 5
101320 [일반] 이스라엘의 시시한 공격의 실체? [20] 총알이모자라27098 24/04/22 7098 3
101319 [일반] 작년 이맘때 터진 임창정이 연루된 주가조작사건을 다시 보다가 이런 게시글을 발견했습니다 [22] 보리야밥먹자10752 24/04/22 10752 1
101318 [일반] 돈 쓰기 너무 힘듭니다. [67] 지그제프10638 24/04/22 10638 23
101317 [일반] (스포)천국대마경 애니 다 봤습니다. 애니 사이버펑크 엣지러너 이후 최고작 아닌가 싶네요. [25] 그때가언제라도5064 24/04/21 5064 0
101316 [일반] 셀프 랜케이블 포설 힘드네요 [34] 탄야6095 24/04/21 6095 16
101315 [일반] 美하원, 우크라이나·이스라엘·대만 130조원 지원안 극적 처리 [81] 베라히10015 24/04/21 10015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