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호 GG~~~~~~~~~
언제나 게임의 박진감을 더해주는 전용준 캐스터의 저 소리가 정말 듣기 싫었었다. 항상 이길수만은 없는게 게이머라지만, 라이벌이라는 임요환과의 대결에서 나오는 저 소리만큼은 기억에 너무나 크게 남았다.
개마고원.
왜 마린이 죽질 않죠?
문제의 3연벙.
내 기억속의 임요환. 다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컨트롤로 상대를 유린하고, 상대를 나락으로 빠뜨려버리는 플레이.
상대방의 정신적 충격따위 절대로 생각안하는 듯한, 오로지 승부에만 집착하는 독한 게이머.
톰과 제리에서 제리에게 당하는 톰을 안타까워하고,
둘리에서 고길동을 안타까워하고,
새에게 당하는 실베스타를 안타까워하고,
드래곤볼에서는 베지터를 좋아하던,
뼈속까지 콩라인을 좋아하는 나는, 그래서 홍진호를 좋아했었다. 언젠가는 처절하게 저 임요환을 짓밟아주겠지. 언젠가는 우승하겠지. KTF는 SK를 누르고 우승하겠지. 이건 드래곤볼속 세계관이 아니니까, 베지터도 손오공을 이길수 있을거야.
나의 바람과는 다르게 결국 홍진호와 임요환은 은퇴했고, KT의 이영호가 대리만족을 시켜줬지만, 가슴속의 응어리는 풀리지 않았었다. 홍진호의 KTF가 임요환의 SK를 이기지 못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리고 스타리그는 끝이 났다.
이제 다시는 홍진호가 임요환을 짓밟는것을 못보겠구나. 할때,
홍진호와 임요환이 지니어스2에서 만났다. 둘이 나온다 했을때, 홍진호 빠들은 나처럼 엄청난 불안감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엄청난 호구스러움을 보여주는 것을 보며, 나는 가슴속의 응어리가 조금씩 풀리는 것을 느꼈다. 10년묵은 KTF 홍진호 빠의 스트레스가 조금 풀린다고나 할까. 하지만, 홍진호는 곧 탈락을 했고, 다시금 불안감으로 바꼈다. 홍진호가 결승에서 임요환을 이기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임요환은 절대 우승하면 안돼. 홍진호가 없는곳에서 임요환이 우승하면 안돼. 메인매치에서 제멋대로 구는 임요환의 모습은 상대방을 절대 생각안하는 모습이였으며, 그래서 더욱 불안했다. 예전의 임요환이였으니까. 그래서 이상민을 엄청 싫어했지만, 임요환의 우승을 바라지 않았다.
그리고 지니어스 4 그랜드파이널. 다시 못볼것 같았던, 홍진호와 임요환의 대결을 기대하게 되었다. 하지만, 1화. 김경훈에게 사형수를 건네받고도 김경훈을 먼저 생각하는 모습. 연합의 승리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 2화 데스매치 전까지 사람들의 겉을 배회하며, 실실 웃는 모습. 이름은 임요환인데, 임요환이 아니였다. 내가 아는 임요환은 시즌2처럼 자기 맘대로 해야하는데, 그래야 되는데. 영원한 내 마음속의 악역으로 남아서, 홍진호가 1대1승부에서 이기는 모습을 봐야하는데, 내가 보는 브라운관속의 임요환은 예전의 독기같은건 사라진, 그저 사람 좋은 한 바보형일 뿐이였다. 마치, 영원히 소년일것 같았던 이윤열이 아프리카 방송에서 능글맞아진 것을 봤을때의 충격처럼 말이다. 그들도 늙어가는가 이제...
그리고 데스매치. 나는 이미 임요환을 응원하고 있었다. 솔직히 임요환이 홍진호를 찍었어도 홍진호를 응원했을거라곤 장담 못하겠다. 하지만, 임요환 vs 최연승의 매치업이 결정되는 순간 난 임요환의 승리를 바랬고, 게임이 전략윷놀이로 결정되었을때, 혹시? 혹시? 하면서 가슴이 뛰기 시작했으며, 임요환이 홍진호를 파트너로 결정했을때 심장의 격렬한 바운스를 느끼며 주먹을 불끈 쥐게 되었다.
마치, 손오공과 베지터가 서로를 인정하고 귀걸이로 합체를 했을때의 그 흥분처럼, 격렬한 흥분을 느끼게 되었다. 홍진호와 임요환이 공통된 적을 막기위해 하나의 팀이 되다니! 이건, 스갤문학에서나 볼법한 일 아닌가. (사실 스갤문학, 그들이 온다에서는 김정민과 강민만 기억나지만)
하지만, 드래곤볼이 아니였다. 이건 만화가 아니고 현실이였다. 둘에겐 귀걸이가 없었고, 합체하지 못했다 홍진호는 1화부터 느꼈지만, 시즌1때의느낌이 아니였고, 임요환은 예전의 임요환이 아니였다. 탈락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도 나는 임요환을 응원했다. 제발. 제발. 같이 결승가야지. 그리고 게임은 끝이났다.
고개숙이고 분해 하는 홍진호의 모습과, 그런 홍진호에게 우리는 라이벌로 남자고 말하는 임요환의 그 말은 아이러니하게도 결국 그 둘이 이제는 더이상 라이벌이 아니라 함께 길을 걸어가는 동료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한컷이였다. 언제나 악역으로 남아있던, 독기어린 임요환은 더이상 없다. 다시 임요환의 그런 독기어린 모습을 보고 싶지만, 이젠 안다. 그들도 나와 함께 늙어간다는 것을...
그렇게 나의 임진록이 끝이 나는 순간과 함께,
이렇게 오늘.
나의 손오공이 죽었다.
홍진호 골수빠가 필연적으로 갈수밖에 없는 임요환 안티 -> 둘다 팬 -> 홍진호 팬 - > 임요환 안티 -> 둘다 팬이 되어버린 한 골수 스타빠로써, 오늘 게임은 정말 아쉬웠습니다. 둘이 결승에서 맞붙기를 정말 진심으로 응원했고, 이번만큼은 누가 이기든, 즐겁게 볼 준비가 되어있었는데 말이죠. 임요환선수. 지니어스는 탈락했지만, 포커판에서 정말 멋진 모습 보여주기를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