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쌀라떼라는 걸 첨 먹어봐서 이거 전지분유맛이네... 라고 말했더니 타준 분이 전지분유가 뭔지를 모르시더군요. 그래서 관련해서 이야기를 좀 하다가 문득 전지분유에 대해 궁금증이 일어서 검색을 해보고, 또 타고타고 우유에 대해서도 좀 알아보다가 관련 정보를 모아서 글로 써볼까 싶어서 두드려봅니다.
사람이 소젖을 처음 먹게 된 시기는 B.C. 3,500년 전후로 추정한다고 합니다. 유프라테스계곡 인근에서 관련 벽화가 발견된 적이 있다는군요. 유명한 성경 구절인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가나안' 이야기는 B.C. 3,000년 이전이고, 부처가 우유와 꿀로 만든 음식을 먹었다는 이야기는 BC. 600년경 인도 베다에 기록이 있다고 하네요.
한반도에서 소를 기르고 이용하기 시작한 때는 고조선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 중에 우유를 이용한 기록은 정확치는 않지만 삼국시대쯤부터인 것 같고 - 백제가 일본에 유락이라는 유가공품을 전해준 기록이 일본측에 전해진다는군요. - 정확한 기록은 고려 때 일연 스님이 지은 삼국유사에 농축유제품을 뜻하는 '낙' 이라는 음식명이 처음 나온다네요.
고려 말엽에 유우소라는, 우유를 이용하기 위한 소를 기르는 기관을 설치해서 우유와 낙소(치즈와 버터 비슷한 유제품)을 생산해서 왕과 귀족들용으로 소비했다고 합니다. 세종대에 혁파 여론이 있어서 유우소를 폐지하고 젖소들은 다른 곳에 옮겨서 사육하게 했는데, 폐단이 좀 있긴 해도 적게나마 길러서 우유를 소비했던 것 같습니다. 명종때까지는 간간히 기록이 있고, 임란 이후로는 없다가 순종때에 기록이 다시 나오는 걸 보면 이때에 젖소를 다시 들여온 모양입니다.
국내에서 근대적인 낙농업은 1902년 프랑스인 쇼트 씨가 홀스타인 소를 도입해서 목장을 시작한 것을 시발로 보는 것 같네요. 1937년에 시유(市乳, 우유를 소포장해서 판매하는 것. 마트에서 흔히 보는 포장된 유제품 같은 것을 뜻합니다.)를 처음 판매하기 시작했답니다. 이후에도 젖소 사육두수는 점차 늘었었지만 6.25사변을 겪으면서 크게 줄었습니다. 그리고 60년대부터 뉴질랜드 등지에서 젖소를 꾸준히 도입해서 60년대 후반 약 1,100여톤에 이르던 우유 생산량은 2019년 기준으로 200만톤이 넘는 성장을 이루었다는군요.
이 글을 쓴 계기가 된 전지분유, 분유는 그 기원이 13세기 동방견문록에 서술된 몽골 병사들의 비상식량으로 추측됩니다. 이들은 우유를 끓여 위에 뜨는 지방은 건져내 버터로 소비하고 남은 것을 말린 후 굳혀서 휴대하고 다니다가 고기와 함께 끓여먹었다고 합니다. 전지분유...는 아니고 탈지분유를 휴대식량으로 쓴 거죠.
현대의 분유는 전지분유, 탈지분유, 가당분유, 조제분유 등으로 나뉘는데, 큰 원통 표면에 데운 우유를 뿌려서 건조시키는 드럼건조법, 더운 공기에 우유를 분사해서 탈수시키는 분무건조법(이건 커피믹스용 커피 분말 만드는 데도 쓰이는 방법으로 알고 있습니다.) 등을 써서 만든다고 합니다. 지방을 뺀 우유로 만든 게 탈지분유고, 당을 더한 게 가당분유, 특정 목적을 위해 성분을 조정한 게 조제분유입니다.
6.25전쟁통에 구호물자로 받기 시작한 품목 중 하나가 분유로, 전후에도 한동안 우유와 함께 배급되기도 했고, 농협 구판장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서 물에 타서 새참대신 먹는 경우도 흔했다고 하는군요. 60년대까지도 구호물자로 들여온 옥수수가루와 함께 옥수수죽, 우유죽의 형태로 배고픈 사람들에게 배급이 됐다고 합니다. 70년대 후반생인 제 기억에도 전지분유 포장지가 집에 있었고, 그걸 먹어봤던 게 기억나는 걸 보면 이후에도 꽤 오랫동안(80년대까지도) 유아용 이외에도 분유가 일상적으로 소비됐던 것 같습니다.
요즘은 분유가 아기들용으로나 쓰임이 있을 것 같았는데, 찾아보니 생각보다 여기저기 많이 쓰더라고요. 우유의 보관 기간이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과잉생산된 우유를 분유로 만들어 부피도 줄이면서 장기간 보관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합니다. 그 분유에 다시 물을 타서 판매하는 걸 환원유라고 부르는데, 초코/딸기/바나나우유, 요거트, 쿨X스 등등의 유제품들이 이 환원유로 만들어집니다. 환원유 함량을 줄이거나 탈지분유에 아쟈유 등을 넣어 지방을 보충해서 파는 경우도 많다는군요. 분유는 또 제빵용으로도 쓰는 경우가 있다네요. 환자식으로 성인용 조제분유도 판매된다고 하고요. 앞서 언급한 쌀라떼도 성분을 보니 탈지분유+야자유가 주성분이더군요. 허허....
이렇게 알아보다가 요즘 우유가 비싸니 전지분유는 좀 싼가 싶어서 찾아봤는데 1kg들이 한개 평균 16,000원 내외(배송비 별도)에 판매중이더라고요. 생각보단 별로 안 싸네요. 대충 분유 1kg 에 물 8L 비율로 넣으면 우유와 비슷한 농도가 된다니까 1/9하면 리터당 1800원정도 될까요? 탈지분유 가격도 보니 분명 버터를 빼고 파는 건데 더 비쌉니다.(저지방우유도 일반우유보다 싸지 않던데...) 벤딩밀크라고 이름붙여 파는 좀 더 싼 것들은 탈지분유에 식물성 유지랑 우유향 등 이것저것 넣은 물건으로, 자판기에서 우유로 판매되던, 말하자면 커피 크리머와 비슷한 물건이니 참고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 출처 ==
낙농 진흥회/우유의 역사 :
https://www.dairy.or.kr/kor/sub02/menu_03_1.html
위키백과/유우소 :
http://dh.aks.ac.kr/sillokwiki/index.php/%EC%9C%A0%EC%9A%B0%EC%86%8C(%E4%B9%B3%E7%89%9B%E6%89%80)
조선왕조실록 :
https://sillok.history.go.kr/main/main.do (유우소, 유우 등 검색)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분유 :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24853
나무위키/분유 :
https://namu.wiki/w/%EB%B6%84%EC%9C%A0
서울신문/1963년 우유죽 타먹으려 줄 선 사람들 :
https://www.seoul.co.kr/news/editOpinion/2013/02/05/2013020503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