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일본만화의 거장 토리야마 아키라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저 또한 어린 시절 그의 작품들을 읽어왔고 따라서 그리기도 많이 그렸던 1인입니다. 일본 티비 잡지등 여러매체에서 토리야마의 업적을 되돌아보는 프로도 만들고 하는 가운데 아래의 기사를 여러분들과 나누려고 번역해봤습니다.
『Dr.슬럼프』와 『드래곤볼』의 원작자, 그리고 『드래곤퀘스트』시리즈에 깊이 관여한 토리야마 아키라선생이 돌연 서거하셨다. 나 또한 68세라는 젊은 나이라는 것에 충격을 받았고, 트위터에서 본 「이제부터 토리야마선생님이 없는 세상을 살아가야 하나」라는 말이 깊에 공감한 1인이다.
엄청난 완성도의 『Dr.슬럼프』로부터 또 한층 진화
토리야마 아키라는 만화를 잘 그린다. 왜냐면 테즈카 오사무로 하여금 「드디어 내 후계자가 나타났구나」「토리야마 아키라는 못 당해내겠다」는 소리를 하게 했으니 말이다. 그 오토모 카츠히로한테 「자네 그림이라면 나도 그릴수 있네」라고 했던 질투심이 깊은 만화의 신이 손을 들었으니 틀림이 없으리라.
여기서 테즈카가 패배를 인정한건 「역시 대박을 치는 토리야마 아키라의 패턴이야말로 만화의 진정한 모습인가」라는 것이다. 토리야마가 잘 하는건 「히트작」을 만드는것 전반이라고 할수 있겠다. 애초에 토리야마는 작화력이 우월하게 높고, 데뷰작인 『원더아일랜드』에서도 다채로운 캐릭터와 비행기 동물 등도 착실하게 묘사하여 프로로서 완성된 영역에 들어서있었다.
그런 데뷰작이 정작 독자 앙케이트에서는 최하위로, 작화력과 재미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것을 증명했다. 그 반성으로부터 담당편집자 토리시마와 시행착오를 거듭해가면서 전설의 「퇴짜 원고 500장」을 쌓아올린 끝에 탄생한것이 『Dr.슬럼프』다.
초기의 『Dr.슬럼프』는 한마디로 하면 「멋들어진 일러스트로 된 종이 인형극」였다.디자이너 출신의 토리야마는 그림 한장 한장이 일러스트레이터 레벨로 수눈이 높았으나(그 정도 치밀하게 그리면서 용케도 연재가 성립된다) 만화로서는 별로였다. 연재를 거듭하면서 만화가로서의 실력을 높여간 토리야마는 『드래곤볼』에서 또 한층 성장을 하게 되니 동시대의 만화가들은 비명을 지를수밖에 없었다.
「이야기의 재미」를 지탱하는 「그림실력」
토리야마는 「잘 그렸지만 재미없는 이야기보다 못 그렸지만 재밌는 이야기쪽이 레벨이 높다!」라고 했다. 일반론적으로는 맞는 말이나 정작 토리야마 자신한테는 들어맞지 않는다. 특히 『드래곤볼』은 잘 그린 그림이 이야기의 재미를 지탱해줬다라고 단언할수 있기 때문이다.
개그색이 강했던 초반에서 배틀전개가 늘어남에 따라 구도나 컷배분이 한층 더 다듬어졌다. 토리야마가 그린 표지나 속표지의 포스터 그림은 여러명의 캐릭터가 각자 역할을 가지고, 순간의 움직에 따라 다음 순간이 보이고,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의 스토리가 담겨져있는 느낌을 받는다. 한 컷 한 컷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여 정지화인 만화가 마치 살아있는 애니메이션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오공과 차파왕의 전투. 오공이 오른쪽으로터 덤비고, 차파왕이 피하는 신에서 오공이 앞에 착지, 그리고 쓸어차기를 하고 다음 컷에서는 왼쪽에 위치하여 차파왕이 오른족으로 벌러덩. 독자의 시점을 회전시켜 보기 쉽고 또한 스피드감을 연출하는 식이다.
여기에서 토리야마는 만화의 공간속에 입체적인 카메라웍을 도입한것이다. 롱 미들 업으로 카메라를 사용하는게 아닌 명맥하게 뇌속에 3D 촬영 스튜디오가 있는것이다.
토리야마가 이 정도의 공간파악능력을 가진것은 아마도 취미가 프라모델 제작인것과 깊은 관계가 있을것으로 생각된다. 프라모델 회사 타미야는 1/35 스케일의 병사 인형으로 「인형개조콘테스트」를 주최하는데 (지금도 열리고 있다)토리야마는 몇번이다 입상한 실력자다. 그것도 기존 파츠들을 조립하는게 아닌 파츠자체를 제작하는 풀스크래치라는 장르다.
이족보행하는 드래곤에 올라탄 판타지의 세계에 사는 사람이나 군용 바이크에 올라탄 병사등의 표정이나 포즈는 그야말로 토리야마 만화에서 금방 튀어나온것 같다. 아니 토리야마한테는 이런 입체적인 이미지가 먼저였을것이다.
토리야마가 작품을 만드는데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것은 「저같은 경우 「컷의 완급조절」입니다. 예를 들면 얘기를 하는 신이 계속될 경우, 버스트업 컷만 반복하는게 아닌 장소나 인물의 위치관계를 확인할수 있는 롱컷을 넣거나, 좀 중요한 대사는 업으로 한다던가 변화를 줘서 지루한 화면이 안 되도록 의식하고 있습니다.」(슈에이샤 제 94회 테즈카상 응원메시지)라고 한적이 있다. 본인이 하고 있는 컷 배분은 2차원을 넘어서 깊이를 가진 것으로 단순하게 완급조절로 치부할수 있는게 아니지만, 노하우를 말로 표현하기 가 어려웠거나 그냥 단순하게 「얘기해봤자 흉내낼수 있는것도 아님」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데포르메이면서 리얼함」이라는 치트
토리야마의 또 하나의 천재성은 「데포르메」와 「데생력」에 있다. 한편으로 그림의 선을 줄이면서 또 한편으론 현실에 접근하는 묘사인것이다. 일견 모순되는 것인데 토리야마의 만화에서는 끊을래야 끊을수 없는것이다.
그것을 정확하게 분석하고있는 사람이 토리야마의 그림을 가장 많이 그려온 사람, 마에다 미노루이다. 『Dr.슬럼프』나 『드래곤볼』의 치프 애니메이터, 작화감독을 역임한 인물이다.
마에다는 토리야마의 그림의 특징은 「리얼함」에 있다고 한다.「화풍이 아닌 그림을 포착하는 방식이 리얼합니다. 캐릭터의 골격이나 근육이 붙은 방식이 확실해요. 즉 데생이 잘 돼있단거지요」. 데생력이 있는 애니메이터들도 연습이 필요한 「실로 어려운 그림」이라고 평가하는것이다.
점프 작가들한테 『드래곤볼』 캐릭터를 그리게 하면 별로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적은 선으로 표현하는 눈 코 손발의 밸런스가 어려워 위치관계가 살짝 틀어져도 딴 사람이 돼버리는거에요」라고 역대 애니메이터, 그러니까 남의 그림을 따라 그리는데 이골이 튼 사람들이 입을 모은다. 선을 줄이는 센스가 넘쳐서 얼렁뚱땅 넘어갈수가 없는 골치아픈 화풍인것이다.
마에다가 어떻게 토리야마 그림의 요령을 터득했냐? 「애니판 도중부터 선생님이 펜선 작업을 하시기전의 원고를 볼수있게 돼서 선을 어떤식으로 따는지 참고가 됐습니다.」라고 한다. 반칙이잖아! 일을 하려면 필요한거긴 하지만.
『드래곤볼』은 초반엔 둥글둥글한 그림이였으나, 피콜로대마왕편부터 본격 배틀물로 거듭나 선이 날카로워졌다. 그러나 가장 큰 변화는 「그림이 하얗게 변했다」가 아닐까싶다. 하늘에서 구름이 없어졌고, 스크린 톤도 안 쓰기 시작했다. 슈퍼 사이어인 머리가 횐색(컬러에선 금색)이 된것도 「어시스턴트의 부담을 줄이기위해서입니다. 어시스턴트가 오공의 머리를 먹칠하는데 시간을 허비하면 제가 대신 고무지우개를 잡아야되니까요.」 라고 하는데, 그런 이유로 죽여주게 멋들어진 물건이 나온다니 이게 말이 되나. 참고로 2대 담당자 콘도 유는 「검은 색에서 흰색으로 바뀌는 것이 가장 임팩트 있으니까」라고 설명했다.
선이 줄어들고 그림이 희게 된것은 아마도 『Dr.슬럼프』 연재중 6일간 20분밖에 못 잔 일의 반동이였으리라. 『드래곤볼』의 연재중에는 밤샘작업이 없었다는걸 보면 원하는 바를 이룬것으로 보인다. 이런 그림쪽이 눈에 부담이 덜 가고 더 읽기 쉬운 효과도 있으니 사기라고 할수밖에.
후계자가 없는 혁명아
토리야마가 만화의 신 테즈카의 마음을 꺽은 최대의 요인은 매력이 넘치는 캐릭터 조형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드래곤볼』의 독자보다 『드래곤퀘스트』의 팬들이 더 잘 알고있을터. 호리이 유지의 헌 걸레짝같은 스케치로부터 그 귀여운 슬라임을 탄생시켯으니 말이다.
본인은 「(캐릭터의)디자인 컨셉을 정해버리면 재미없어지니 정하지 않는다」「수순은 먼저 성격을 정하고 얼굴을 정하고…얼굴이 정해지면 복장도 정해지는 느낌」이라고 대충 말하는데, 그런 얼렁뚱땅으로 오공 피콜로 베지터 셀 부 같은 한명도 중복이 없는 명 캐릭터들을 만들어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야마무로 타다요시(『드래곤볼Z』 캐릭터 디자인)은 「선생님의 아이디어의 풍부함에는 놀라지 않을수가 없어요. 극장판으로 얘기하면 보 잭 일당의 디자인화가 미래적인 코스튬 이런것일줄 알았더니 해적풍이라니」라고 놀랐다고 회상했다. 생각나는대로를 전제로 방대한 아이디어의 라이브러리를 뇌속에 입력해둔게 아닐까싶다.
토리야마 아키라는 만화의 화풍에 혁명을 일으킨 한편, 「토리야마의 후계자」가 없다는 말도 듣는다. 그것은 「3D 프라모델이나 일러스트의 달인이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는 원점이 「만화를 모사하면서 만화를 시작」한 작가들과 너무나도 다르기때문이 아닐까싶다. 지구인들한테 「강해지고 싶다」는 동경을 심어줬으나 정작 자신은 절대 따라올수 없는 경지에 있는 토리야마야말로, 오공에 가장 근접한 존재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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