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5/12/12 11:13:25 |
Name |
김성재 |
Subject |
[단편,공모]겨울바다 그곳에 아직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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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을 구석 구석 정리 하다 이전에 tossgirl 이라는 사람에게
받은 앙드레 가뇽의 "모놀로그"란 시디를 발견했다.
CD 플레이어에 CD를 넣고. play 버튼을 눌렀다.
바다위의 피아노가 들려 온다.
바다위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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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이소라의 프로포즈'에서 유영석이
부르는 '겨울바다' 란 노래를 들었다.
그가 노래를 잘했는지 못했는지는 지금에서 생각해봐도
뽀얀 먼지 덕에 알길이 없다.
하지만.그가 진지한. 표정으로
"여러분 전 이 노래를 부르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라고 말해도 믿을 만큼 그의 목소리는 노래와 아주 잘 어울렸다.
마치 신데렐라의 발에 꼭맞는 유리구두 와 같이 의심할 여지도
없이 말이다. 그 노래를 듣고 나서 '겨울바다'란 나에게
막연한 동겸심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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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ssgirl 란 아이디를 가진 사람과
배틀넷 에서의 대화
"대체 tossgirl은 어떤 뜻이죠?"
"응? 아 그거. 사실 별건 없는데.
스타크래프트란 게임이 있거든? 거기 보면 프로토스란 종족이
있어.그만큼 강해지고 싶어서'세상에서 가장 강한 '16살'이
되고 싶어"
ksjworld란 아무 의미없는 나의 아이디랑은
꽤나 대조적이 라는 것과(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김성재 세상 이란 뜻이다.)
나보다 3살이 많다는 두가지가 절묘하게 섞여져 버렸다.
그 시절의 tossgirl는 나의 유일한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저 언제 시간되면 저랑 겨울바다에 놀러가요."
자연스레 약속은 잡혀져 버렸다.
(참고로 난 대구.
tossgirl 은 서울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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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부산의 광안리 앞바다에서 만나기로
했을때 잠을 잘수가 없었다.
유영석과 그노래처럼
겨울바다와 tossgirl 또한 똑같은 키의, 똑같은 치수의,
똑같은 성격의 쌍둥이 처럼 잘 어울렸으니깐.
약속시간인 아침 9시보다 3시간 일찍 약속장소에 도착했따
겨울바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 새벽의 겨울바다.
근처 편의 점에 들러. 버드와이저 캔 맥주를 사서
홀짝 홀짝(마치 가출한 청소년 처럼) 마시며 MD에서 넥스트의
the ocean을 틀었다. 밀려오는 파도에 많은 다짐을 하고
흘러 보내며 tossgirl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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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시간에 딱 맞게 tossgirl이 나왔다.- 마치 적절한 시기에
등장하는 주인공 처럼- 만나서 밥을 먹고, 노래를 부르고 이야
기를 하다가 헤어졌다.
tossgirl 은 본격적으로 프로게이머로 나간다고 했고
아마 이제 아주 바빠 질 꺼라고 했ㄷ.
tossgirl의 인간관계에서 잔가지였던-내 생각이다-
나는 스스로를 부러트려 연락을 끊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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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한가 운데 떠있는 부표처럼 지금도 나의 기억속을
떠다니는 대화가 있다.
"난 말야 친구 A를 만날땐 오렌지를 사서 만나고
친구 B를 만날땐 같은 장소에서 만나, 왜그런지 알아?"
"으음. 친구가 좋아하는 장소, 친구가 좋아하는 음식
친구에 대한 배려인가요?"
"땡 나중에 친구들을 오랫동안 못보게 됐을때.
오렌지를 먹으면서 친구 A를 생각하고, 그장소에가서는
B를 생각하기 위해서야."
그때로 부터 2년이란 시간이 흘러 버렸다
tossgirl가 투명한 플라스틱 컵에 나와
겨울바다를 담아두고 생각 하고 있을까?
아무렴 어떄. 잘살고 있겠지
***
훗날 tossgirl을 TV에서 봤다. 여성부 스타리그 였는데.
거기서 우승을 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15살이 되고자 했던 카프카 처럼
그녀또한 카프카에 흡사하게 강해진것 같았다.
그리고 언젠가 그녀가 남자만 득실 득실되는 저 스타리그에
나오게 될 날이 올거라는 좋은 예감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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