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학개론] 데이트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
오늘 [연애학개론]은 제목 그대로 '데이트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한 이야기로, 데이트에 임하는 남성분들의 자세를 사자성어에 빗대어 간단하게 풀어볼까 합니다. 그럼 시작해볼게요.
1. 여인동락(與人同樂) - 데이트는 헌정이 아닌 동락(同樂)
여인동락, '다른 사람과 함께 더불어 즐김'이라는 뜻의 사자성어입니다.
데이트에 임하는 우리들의 자세에 있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자세는 상대방만을 위하는 태도가 아니라, 함께 즐기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봅니다. 일반적으로 연애 초기, 데이트를 하기 위해서 남자 쪽에서 많은 준비를 하게 되어있고 또 많은 돈을 쓰게 되어있다보니 정신적으로도 많은 부담과 피로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하여 데이트를 마친 후에 종종 상대방에게 이렇게 묻곤 하죠.
"오늘 데이트 어땠어요?"
마치 선생님에게 혼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숙제를 한 후에, '참 잘했어요!' 라는 도장이 꽝 찍혀야 마음이 놓이는 어린 학생의 마음이랄까요.
하지만 데이트는 일방적인 숙제도 아니고, 상대방을 위한 헌정 행사도 아닙니다. 그냥, 청춘남녀들이 만나 서로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것일 뿐이죠. 그러니, 더 이상 숙제검사를 받는 조마조마한 학생의 마음가짐을 벗어버리시고, 또 데이트 헌정을 위해 나도 모르게 꿇은 무릎을 곧게 펴시기 바랍니다. 데이트가 숙제가 되고, 부담이 되어서는, 내가 원하는 즐거운 데이트가 되기 힘듭니다. 말 그대로 데이트는 '함께' 즐거우면 그만인걸요. 결국 데이트는 일방적인 '헌정'이나 '선물'이 아닌 서로간의 '소통'이자 '동락'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그러니 오늘 데이트를 마치고 그녀를 바래다준 후, 떨리는 마음으로 문자를 보내는 당신,
"오늘 데이트 어땠어요?" 라는 숙제 검사 요청 대신,
"덕분에 오늘 정말 즐거웠어요.^^"
라고 '참 잘했어요' 도장을 그녀에게 찍어주시길 바랍니다.
누군가를 즐겁게 해주었다는 사실은 나에게도, 그녀에게도 기쁜 일일테니까요.
2. 고육지계(苦肉之計) - 돈을 쓰고 주도권을 취한다
보통 데이트를 하면서 우리 남성들을 가장 스트레스받고 신경 쓰이게 만드는 요소 중에 하나가 바로, '데이트 비용'입니다. 사실 남자들이 화수분도 아니고, 알파부터 오메가까지 모든 데이트 비용을 지불하게 되면 그 스트레스와 부담이 만만치가 않죠.
그럼 어떻게 상대방이 자연스레 돈을 쓰게 만드냐구요?
그 방법은 사실 저도 잘 모릅니다.^^; 알고보면 저도 데이트 비용을 많이 지출하고 집에 와서 속 쓰려하는 보통 남자들 가운데 하나거든요. 하지만 그 대신 저는, 데이트 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고통받는(?) 많은 남성 분들에게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왕 쓰는 돈, 구걸하듯 쓰지말고 당당하게 써라."
우리는 어장남도, 조공남도 아닙니다. 그러니,
"만나만 주십쇼, 데이트 비용은 제가 다 내겠습니다. 굽신 굽신."
이런 식의 태도는 보이지 말라는 얘기이죠.
그냥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편합니다.
'데이트 비용을 서로 얼마나 부담할지, 그 문제는 니가 고민해. 난 고민없이 쓰고, 대신 즐겁게 놀게."
결론은 이렇습니다.
이왕쓰는 돈, 당당하게 쓰시고, 대신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가지세요. 여기에서의 '주도권'이란, 단순히 데이트를 리드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동등한 눈높이에서 상대방을 대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합니다. 즉, 상대방이 지갑을 열지 안 열지를 끊임없이 살피며 주눅드는 데이트를 하느니, 아예 그런 것 눈치보지 말고, 당당하게 쓰고 마음껏 데이트를 즐기라는 거죠. 말 그대로 쓸때는 시원하게 쓰고, 쓸데없는 저자세를 날려버리는 것이 핵심입니다. 상대방의 지갑이 언제 열릴지, 기웃기웃 눈치보며 겉으론 쿨한척, 하지만 속으론 속쓰려해봤자 남는 것은 없습니다.
데이트 비용의 일부를 상대에게 부담시키며, 끊임없이 눈치를 보는 소심남.
데이트 비용을 전부 부담하며, 눈치보지 않고 데이트를 즐기는 개구쟁이.
저라면 후자를 추천합니다.
어차피 최소한의 개념이 탑재된 '보통의 여자분'들은 몇 번 데이트를 하다보면, 알아서 데이트 비용의 일부를 부담합니다. 당신이 만날 때마다 전부 내려고 해도, 그녀가 당신을 그렇게 내버려 두진 않을 거란 얘기죠. 그러니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설혹 '데이트 비용은 원래 남자가 다 내는 것' 이라며 몇 번을 만나도, 항상 지갑을 가방 저 깊숙한 곳에 본드로 붙여놓고 계산 때가 오면 테이블에서 일어설 줄 모르는, 개념이 상큼한 여성들은, 그저 만나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이런 것들이 오히려 그녀의 데이트 개념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니까요.
그러니 데이트 비용,
시원하게 지불하시고, 쓸데없는 저자세는 날려버린 채로 맘 편하게 노세요. 가끔 짓궂게 장난도 치면서 말이죠.
고육지계, 말 그대로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것이, 우리들의 정신 건강이나, 연애 건강에 유익합니다.
3. 이청득심(以聽得心) - 회화도 연애도, 스피킹보단 리스닝이 우선
이청득심, ‘귀를 기울여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영어 회화를 할때, ‘굿토커’가 되기 위해선 우선 ‘굿리스너’가 되어야 하듯이 연애도 마찬가지이죠. 상대방과 즐겁게 대화하고 싶으면, 우선 열심히 들어주세요. 우리들은 흔히, 데이트 시 남자 쪽에서 대화를 주도하고 여러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쏟아내어 상대방을 즐겁게 해주어야 한다는 부담을 알게 모르게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본다면, 내 얘기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귀 기울이며, 때로는 박수까지 치며 동조하는 상대방의 모습에 우리가 뿌듯함을 느끼듯, 그녀도 마찬가지 감정을 가질 수 있다는 거죠. 우리들이 준비한 멘트들과 이야기들은 중간 중간 대화가 끊어지거나 어색해질 때 한번씩 툭 툭 던져주며 대화의 맥을 이어주는 정도의 역할로 충분합니다. 준비한 멘트와 이야기들을 쉴새없이 쏟아내는 융단폭격기가 되지 마시고 오히려, 그녀의 수다본능을 일깨워주세요. 열심히 들어주는 것이,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4. 응수타진(應手打診) - 터뜨릴 둑을 찾아라
그렇다면 그녀의 수다본능은 어떻게 이끌어 낼까요? 핵심은 응수타진을 통한 수위(水位) 체크입니다. 즉, 상대방이 관심 있어 하고 즐거워할 만한 대화 소재를 다양하게 던져보며 그녀의 수다본능을 자극하는 것이죠. 물이 가득 찬 둑이 한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듯 서로의 관심사가 통하는 대화 소재가 발견되면 그때부터의 대화양상은 이전과 판이하게 달라집니다. 그녀가 오히려 신나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는 거죠. 그러니 금방이라도 넘칠듯 물로 가득찬 그녀의 이야기 둑을 찾으세요. 그리고 이와 더불어 단지 "야구 좋아하세요?", "어떤 음식을 제일 좋아하세요?" 라는 식의 평이하고 일방적인 응수타진을 넘어서서, 상대방에게 응수타진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를테면,
"저한테 궁금한 점 한 가지만 질문해보시겠어요?"
라는 식으로, 대화의 주도권을 한번씩 넘겨주는 것도 괜찮구요.
만약 그녀가 "글쎄요.."라며 말꼬리를 흐린다면,
"그럼, 제 이상형이 어떤 사람인지 한번 물어봐주세요.^^"
라는 식으로 구체적인 질문거리를 던져주시는 것도 좋습니다. 그녀에게 '굿리스너'의 기회를 부여해주는 것이지요.
결국 진정한 '굿토커'란, 재밌는 이야기로 상대방을 즐겁게 해주는 '토크 박스'를 넘어서서, 상대방의 수다본능을 살살 긁어주며 대화의 소재를 자연스레 이끌어내는 '굿엠씨'인 거죠.
5. 소탐대실(小貪大失) - 부족함과 단점을 인정하는 것도 매력이다
데이트를 하다보면 가끔 민망하거나 부끄러운 상황과 맞닥뜨릴 때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이런 상황이죠.
#1. 화장실에서 급하게 볼일을 보고 나오며 실수로 바지의 지퍼를 올리지 않아 상대방의 시선이 뜨겁게(?) 그쪽으로 향할 때.
#2. 메뉴판의 적당한 술안주를 고르지 못하고 페이지를 앞뒤로 자꾸 넘겨가며 전전긍긍(?)하는 내 모습에 “왜 이렇게 소심하게 그러세요?” 라며 내 마음을 뜨끔하게 만들 때.
이런 상황들에서 당신이라면 어떻게 대응하시겠나요?
#1. 굳은 얼굴로 황급히 지퍼를 올리고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태연하게 행동하시겠나요?
혹은,
#2. "소심하다뇨? 제가 원래 소심한 사람이 아닌데.. 오늘따라 블라블라" 이야기하며 본인의 대범함(?)을 직접 장황하게 설명하시겠나요?
저라면 그냥,
#1. "어? 이런^^;" 이라며 지퍼를 올린 후, "제가 가끔 이렇게 덤벙거려요.^^;" 라며 머리를 긁적이고 말겠습니다.
#2. "항상 메뉴판만 펼치면 이러네요.^^;" 라며 씩 웃고 말겠습니다.
물론 정답은 없죠. 위와 같은 답변들 또한 하나의 일례에 불과하고 일종의 케이스에 불과합니다. 다만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바의 핵심은 이렇습니다. 데이트를 하는 도중, 자신의 부족함이나 단점이 상대방에게 고스란히 노출됐을 때, 어떻게든 가리려고 부자연스럽게 행동하거나 변명하기 보다는 그냥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인정하는 모습이 더 진솔하고 매력적일 수 있습니다.
너무 멋진 모습만 보여주려 하지 마세요. 작은 허물을 감추려다가 오히려 더 큰 허물이 드러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런 게 바로 소탐대실이죠. 어차피 데이트라는 거,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 아니겠습니까. 때때로 드러나는 나의 부족함이나 단점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웃으며 넘길 줄 아는 넉넉함이, 우리에겐 필요합니다. 매력이라는 게, 꼭 특별하고 대단한 것들만은 아니잖아요. 다른 게 매력이 아니라, 이런 솔직한 태도가 오히려 자연스러운 매력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6. 거자필반(去者必返) - 박수칠 때 떠나라
이제 슬슬 데이트를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오늘의 데이트가 무척이나 즐겁고 만족스러웠던 당신, 상대방과 헤어지기가 너무 아쉽네요. 그래서 자꾸, 이런 저런 추가 데이트 코스를 제안하거나, 술안주는 다 떨어졌는데 일어날 줄을 모른채 말꼬리를 붙잡고 대화의 끈을 놓지를 않습니다. 뭔가, 이대로 헤어지기엔 너무 아쉬운 거죠.
근데, 그럴수록 그냥 헤어지세요.
오늘의 이 데이트가 즐거웠다면 어차피 다음번에 또 만나게 되어있습니다. 너무 분위기에 도취되어서는 곤란합니다. 데이트 분위기가 좋다고 해서,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 짓지 못하고 끝까지 억지로 끌고 가봐야 좋은 꼴(?) 보기 힘듭니다. 그동안 벌어놓은 점수만 까먹기 십상이죠.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기분 좋으면 기분 좋은 대로 훌훌 털어내고 다음을 기약합시다. 오늘의 데이트는 '완결편'이 아닌 '예고편'에 불과하니까요. 그러니 박수칠 때 떠나시고, 차 끊기기 전에 바래다주세요. 차 끊길 때까지 눙치고 있어봤자 애꿎은 택시비만 더 나옵니다.
7. 일도양단(一刀兩斷) - 정말로 사랑한담 기다리지 말아요
지금까지 데이트에 임하는 우리들의 자세에 대해 간략하게 적어봤습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바로 '데이트 신청'이겠죠? 더이상 모자란 용기를 이 핑계, 저 핑계로 포장하며 이리 저리 시간만 보내지 마세요. 가만히 있으나 데이트 신청을 거절당하나, 데이트를 못하는 건 매한가지입니다. 그렇다면 일단 신청부터 해보셔야죠.
그러니 이 글을 읽는 당신, 더 이상 주저하지 마시고 지금 바로 그 사람에게 문자메시지나 카톡 메시지를 보내보세요. 그녀가 바쁘다고 난색을 표하며 데이트를 거절하면, 다음번을 기약하면 그만입니다. 아쉬울 게 무어인가요. 뭐 설마, 그녀가 '다음 생'에 보자고 하진 않을 거 아닙니까.
그러니 너무 겁먹지 마세요.
누군가 그러더군요. 실행에 옮기고 난 일에 대한 후회보다,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가 훨씬 더 크다고 말이죠.
그러니,
정말로 사랑한다면, 그리고 정말로 좋아한다면, 기다리지 마세요.
사랑한단 말로는 사랑할 수 없지만, 데이트하잔 말로는 데이트할 수 있습니다.^^
* 信主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2-07-18 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