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12/07/04 14:04:25
Name PoeticWolf
Subject 딸들은 엄마한테 무례해?
결혼 전까지는 여동생과 사이가 무척 나빴습니다. 사춘기 때부터 엄마한테 하는 반항의 정도가 너무 심했기 때문입니다. 제 기준으로는 성격이 너무 드세고, 언어가 너무 거칠었습니다. 쌍욕 수준이야 아니었지만 일반 상식에서 부모한테 할 수 있는 말이 아닌 것 같아서 중고등학교 때는 동생 방으로 뛰어 들어가 패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엄마는 동생의 말과 행동에 상처를 받으시면서도 왜 애를 때리냐며, 꼭 동생 편을 드셨습니다. 엄마 편에 서봐야 돌아오는 건 꾸중이라 어느 날부터 딱 관심을 끊고 살았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서른 넘어서까지 둘이 한 말이 열 마디도 안 될 겁니다. 그래서 지금도 동생과 대화를 이어가는 게 어색합니다.

서로에게 투명인간으로 살아간 게 10년이 넘어갈 때쯤 회사에서 야근을 하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집에 들어가기가 싫어서 일이 없어도 야근했던 시절입니다.) 전 저장되어 있지 않은 번호는 잘 받지 않는 편인데, 그날은 일에서 잠깐 벗어나고 싶었는지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통화버튼을 눌렀습니다. 동생이었습니다. 목소리가 급격히 가라앉았습니다.
“왜.”
“어디야?”
“회사. 왜.”
“엄마가...”
동생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엄마가 왜.”
“...암이래.”
“...”
사실 엄마가 몇 주째 배가 불러오고 밥을 몇 숟갈 못 드시고 계신 건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엄마나 저나 그냥 소화가 잘 안 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더랬습니다. 그날 낮에 하도 소화가 안 돼서 병원에 갔는데 암이 배로 전이가 되어서 복수가 찼기 때문에 급히 입원을 해야 한다는 설명을 하던 동생은, “장남이라는 게 도대체 집에 무슨 일이 있는지 관심도 없고...”라고 울먹이면서 전화를 끊었습니다. 저 역시 급히 짐을 챙겨서 사무실을 나왔습니다.

암이 상당히 진행되었기 때문에 병원에서도 급히 수술 날짜를 잡아주었습니다. 수술 전부터 여러 가지 검사며, 체력 보충을 해야 했기 때문에 입원은 더 서둘러 해야 했습니다. 회사에서 휴가를 1주일 주긴 했는데, 그건 수술을 한 후에 쓰기로 했기 때문에 그 전에는 동생이 병원에서 엄마와 함께 머물러 있어야 했습니다. 마음이 너무 불안했습니다. 둘이 붙어있기만 하면 싸우는데, 동생 고것이 아픈 엄마한테 또 악악 대들지는 않을까, 모진 소리로 병세를 더 악화시키지는 않을까 생각하느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지경이었습니다. 결국 엄마의 그 병은 그 오랜 세월 동생을 참아주느라 생긴 화병이다, 라고 혼자 결론까지 내리며 마음속으로 동생에 대한 증오를 더 키웠습니다. 수술 전부터 MRI다, 피검사다 차례대로 여러 가지 검사를 하는데, 그런 날이면 칼퇴근을 하고 병원으로 갔습니다.

기억이 흐릿하지만 MRI 검사를 하는 날이었습니다. 검사가 있는 걸 알고 그날 저녁 칼퇴근을 해서 병원으로 갔습니다. 엄마가 기운이 다 빠져서 누워있었습니다. 동생이 또 ‘한 판’ 하고 간 것 같았습니다.
“무슨 일 있었어? 고게 또 무슨 짓 했어?”
“무슨 짓은 무슨 짓. 그 MRI인지 뭔지, 사람을 완전히 죽여 놓드라. 그 오줌 같은 거 먹느라고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00(동생)랑 둘이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네.”

MRI 검사를 전 한 번도 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는데, 검사 하기 전에 무슨 특수 액체를 환자가 먹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맛이 없더랍니다. 엄마의 설명으로는 오줌에 물 섞어놓은 거 같다고 하셨습니다. 저희 엄마 유난히 비위가 약하시거든요. 도저히 삼킬 수가 없어서 입에 조금 물었다가 토하고, 다시 물었다가 토하고, 조금 먹었더니 바로 반응이 와서 설사하느라 진이 다 빠져서 병실 바닥에 주저앉으셨답니다. 동생 성질에 빨리 좀 먹으라고 또 얼마나 채근했을까, 화가 뻗치려고 했습니다.
“00가 막 화냈겠구만.”
“무슨 화를 내. 같이 바닥에 앉아서 울었다니까.”
동생은 낮 내내 그 특수액 먹이랴, 구역질 하는 거 받으랴, 엄마 화장실로 업다시피 해서 나르랴, 신기하게도 불평 한 마디 성질 한 번 안 내고, 같이 울기까지 하면서, 그걸 다 했던 것입니다.
“에휴, 고 쪼끄만 게 얼마나 요즘 고생인지 모르겠다. 내가 왜 늘그막에 아파서...”

여름이었던지라, 엄마가 잠깐 잠이 든 사이 샤워하러 집에 갔습니다. 못 보던 유리병들이 부엌에서 팔팔 끓고 있었고, 동생은 화장실에서 열심히 엄마 옷과 이불을 손빨래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저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동생이 끝나길 기다렸다가 샤워를 하고 다시 병원으로 갔습니다.
다음 날 저녁 병원으로 갔을 때, 엄마는 동생이 빨던 이불을 덮고, 동생이 소독한 유리병에 든 쥬스들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어쩐지 들떠 있었습니다.
“이것 봐라. 이게 다 유기농이란다. 00가 직접 다 사서 갈았다지 뭐니. 이불도 다 빨아서 소독해 오고.”
그런 동생의 간호를 더 선호했던 엄마는, 제가 휴가를 얻어 계속 엄마 옆에서 간호를 하고 있을 때 “너는 어쩌면 그렇게 무심하고 서투르니.”라며 동생을 전화로 불러서 저랑 교대를 시키기도 하셨습니다. 환자에게 내쫓김 당한 것이죠. 사실 제가 못했다기보다 동생이 좀 너무 잘 했던 것이라 병실에서 쫓겨나가면서도 벙벙했습니다. 여태까지 집에서 효孝를 담당했던 건 저인데 말입니다.

동생의 지극정성 덕분인지 수술은 잘 끝났고, 퇴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엄마가 퇴원할 때쯤 동생은 소파도 먼지가 잘 안 붙는다는 최고급으로 바꾸고, 온 집안을 몇 번씩 대청소했습니다. 물론 저야 동생과 말을 하고 있지 않았던 관계로 제 방 구석에서 민망하게 앉아있기만 했습니다. 그 후로 엄마는 어디를 가나 동생 칭찬입니다.
“00가 얼마나 감독을 하는지, 내가 얘 때문에 낫고 있어.”

그런데 착해진 줄 알았던 동생은 집에 와서 예전처럼 다시 엄마한테 성질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대신 엄마 챙기기에도 그 성질처럼 극성이 되었습니다. 좀 좋게 말해도 되는데, 왜 휴대폰 알람을 아침마다 끄질 못해 잠을 깨우냐고 소리를 치면서도 꾸준히 유기농 야채들을 사다가 갈아서 냉장고에 꼬박꼬박 챙겨 넣고 있답니다. 그냥 부드럽게 안 된다고 하면 되는데, 커피 한 모금 마시고 싶다는 엄마한테 버럭 화를 내면서도 암환자가 마셔도 괜찮은 다른 먹을거리들을 쟁여놓는답니다. 항암 치료할 때는 면역력이 낮아지기 때문에 감염에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제가 방에서 재채기라도 하면 엄마는 동생에 의해 출입금지가 됩니다. 그리고 (말을 대놓고 섞지 않았던 사이라) 약도 먹지 않고 무책임하게 집에 들어온다고 저를 향해 원망을 문밖에서 혼잣말처럼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나오지 말라는 신호입니다. 그런데 엄마는 동생의 화를 받아내는 모습이 어쩐지 이전보다 더 편안해 보입니다. 세월에 면역이 생긴 것일까요? 우연히 큰 병의 계기가 끼어든 것일까요? 왜 동생은 엄마한테 좋게 좋게 말하지 못할까요?

암 사건이 있기 전 언젠가, 왜 쟤를 저대로 놔둬서 버릇이 없게 만들었냐고 엄마한테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엄마는 “넌 몰라. 그런 게 있어.”라고 하셨습니다. 이런 집안 사정을 다 아는 아내도 “딸하고 엄마 사이는 그런 게 있어. 아들은 몰라.”라고 합니다. 하긴, 아내와 장모님을 옆에서 지켜보면 정말 이해가 안 가는 타이밍에 목소리가 높아졌다가, 다시 사이가 좋아졌다 합니다. 도대체 딸들은 왜 그렇게 버릇이 없냐고 갸우뚱 거리면 대답은 늘 “그런 게 있어.”입니다. 아들 보기에 엄마와 딸의 관계는 ‘모녀’라기보다 ‘모냐’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 信主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2-07-11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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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7/04 14:08
수정 아이콘
동생분이 츤데레시네요(?)
농담이고 원래 엄마와 딸 사이에는 그런 게 있지요, 뭐라 설명하긴 힘들지만.
그래도 결국 어머니 챙기는 건 딸 밖에 없다는 사실.
좋은 동생을 두셨습니다.
PoeticWolf
12/07/04 14:13
수정 아이콘
mangyg 님이라면 ;; 더 자세한 설명을 하실 수 있으실 거 같아요!! ㅜㅜ 저 좀 도와주세요.
'그런 게 있다'는 게 도대체 이해가 안 가요...
12/07/04 14:19
수정 아이콘
일반화하기는 힘들지만 여자들이 더 섬세하니까요. 섬세하니 감정의 충돌도 더 많고, 그러다가도 서로 작은 것 하나에 스르륵 풀리고.
아내가 남편한테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에 짜증내고 성질내다가도 남편한테 무슨 일 생기면 발 벗고 작은 것 하나하나까지 내조하는 모습과 비슷하지요. 말하자면 "우리 엄마(=남편)는 까도 내가 까고, 챙겨도 내가 챙겨!"랄까요. 사실 설명하기 무지하게 어렵습니다 크크..
남성용비누
12/07/0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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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해가 쏙쏙되는데요?
"우리 엄마는 까도 내가까고, 챙겨도 내가 챙겨!!"
피로는가라
12/07/04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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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를 둘 둔 동생으로서 느끼는 거지만 딸은 엄마의 친구입니다. 엄마는 딸의 친구이기도 하지요.

무척 무례할 정도로 싸우기도 하지만 금새 화해하고.. 그만큼 전화통화도 많이 하고..

서로간에 비밀이 거의 없어서 가끔 부럽기도 해요.
pollinator
12/07/04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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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보기에 엄마와 딸의 관계는 ‘모녀’라기보다 ‘모냐’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에서 빵 터졌네요. 저도 하나밖에없는 남동생이랑 거의 대화가 없는데 오늘 전화한번 해봐야겠네요.
PoeticWolf
12/07/04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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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생님도 머리가 아프실지도;;
가족만 아니면 이해가 안 가도 그러려니 하겠는데, 가족이라서 속으로 계속 끙끙거리고 있는 게 또 아들들입니다요...
12/07/04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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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몇 번 여동생 하는 걸 보고 화났던 적도 있고, 어머니께서 전화하셔서는 동생한테 섭섭했던 걸털어놓으시기도 하십니다만...
어찌되었든 제가 모르는 뭔가가 있긴 한 모양입니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타이밍에 사이가 좋아지는 걸 보면 말이죠.

아들로서, 참 신기하면서도 그려려니 싶습니다...
PoeticWolf
12/07/0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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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 첫줄!!!! 완벽공감!!! 어머니들도 하소연 하시는 거 보면, 마냥 딸의 태도가 좋지만은 않으신 거 같은데, 정작 아들이 앞에 나서면 '그런게 있어!'라고 오히려 역공격을 하시죠!! 이해가 안 가요!
켈로그김
12/07/04 14:15
수정 아이콘
먼저 모친께서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제 처가도 딸이 넷인데..(제가 막내사위) 정말 그런게 있는 것 같습니다 ㅡㅡ;;
결혼 준비하면서 장모님이 한 번 무리수를 던지긴 했는데,
처형들과 제 아내가 합심해서 장모님을 다굴놓더군요..;;
보면서 어찌나 조마조마했는지..

그래도 그 가까운 사이를 보면 정말 그런게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위들은 물론이고, 아버님도 그런게 없어요..
PoeticWolf
12/07/04 14:17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ㅜㅜ

정말.. 딸들 vs. 엄마 대화 살벌하죠? 옆에서 어찌나 조마조마한지(2)...
근데 신기하게 또 죽고 못살아요 서로;;;
남자는 평생 알지 못할 거 같기도 한 오묘함이에요 진짜.
12/07/04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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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지간에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듯 모녀지간에도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것 같더라구요.
톰과 제리처럼 있으면 서로 못잡아 먹어서 안달이지만 서로 없으면 안될거 같은 존재...
주변에 있는 모녀지간들을 보면 딱 그느낌입니다.
12/07/04 14:20
수정 아이콘
아. 어머님께서 빨리 쾌차하시길 빌겠습니다.
bigaonda2
12/07/04 14:22
수정 아이콘
원래 믿는 사람에게는 더 쉽게 화를 내는 법이라고 합니다.
내가 무슨짓을 하든 날 끝까지 사랑해줄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요.
12/07/04 14:27
수정 아이콘
이 리플을 보니 괜시리 우울해지네요. 아... 부모님께 잘해야겠습니다.
뽀딸리나
12/07/04 14:25
수정 아이콘
일단 모친께서 빨리 쾌차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엄마랑 딸은 평생 친구입니다...완전 좋아요...저도 엄마랑 때로 티격태격하지만 그래도 완전 좋은 관계이지요...^^
12/07/04 14:28
수정 아이콘
일단.. 어머님께서 얼른얼른 완쾌하셨으면 좋겠네요..

가족들끼리의 문제는.. 일단 건강해야지 해결되는거 아니겠습니까
아키아빠윌셔
12/07/04 14:42
수정 아이콘
저도 질풍노도의 사춘기 때 주말에 누나랑 부모님 일 돕다가 틱틱대는 누나한테 '뭐 이 XXX. 정신 나갔냐'고 했다가 어무니가 김연경 스파이크급으로 등짝을 후려갈기시더군요 ㅜㅜ
그리움 그 뒤
12/07/04 14:45
수정 아이콘
모친께서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어렸을 때 가출도 많이 하고, 공부도 열심히 안하고, 말도 안들어서 매일 혼만 나고 싸우던 제 여동생이 지금은 엄마와 제일 친한 친구이자
엄마 고민상담사입니다.
저는 엄마를 모시고 산다는 이유로 동생이 엄마에게 보내오는 수많은 보약, OO즙 들을 나눠먹고 있습니다. 물론 동생 동의하에..

제 처가가 딸만 다섯입니다.
장모님과 딸 다섯, 총 여섯명의 여자분들은 거의 서로 스토커수준으로 전화를 해댑니다.
옆에서 보면 신기합니다. 뭐 그리 할 말들이 많은지..
greatest-one
12/07/04 14:46
수정 아이콘
어머님 건강 쾌차하시길 진심으로 빕니다..
1일에 할머님께서 돌아가셔서 장례식마치고 오는길인데...
할머니께서도 암으로 가셨는데...약한달전에 말기인걸 알아서 이미 늦은상태였습니다.
딸2분..그러니까 저한테 고모가 되시는 두분의 모습을 보자니...
뭐랄까 급격히 공감이 되고...
아들만 셋이나 둔 둘째 며느리가 되시는 저희 어머님을 보면서..
아...이래서 딸이 필요하구나...
한번더 생각하셨다는...
저와 동생들 역시 무척 공감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들들은 아마 이해못하는게 당연할지도 모르겠네요...
12/07/04 14:48
수정 아이콘
재밌는 글 잘 읽었습니다. 형제가 없어서 그런지 다른 가족들의 형제 얘길 들으면 부럽기도 하고 뭔가 참 좋아보여요.
시늑님 이제부터라도 여동생이랑 살갑게 지내보시는게 어떨런지 흐흐
고래밥
12/07/04 14:50
수정 아이콘
스크롤을 내리면서 문득 '읽기 참 편한 글이다... 피지알에 글 잘 쓰시는 분이 많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늑대님이셨군요.

딸이 남자친구랑 헤어져서 울고 있으면 등짝을 때리면서 같이 울어주는게 모녀지간 같아요.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해요.
12/07/04 14:51
수정 아이콘
저도 와이프랑 장모를 보면 제가 이해 못하는 롤러코스터가 있더군요.. 무슨 관계가 그리도 복잡한지.
전 결혼 후에도 어머니와 통화 한번 하는게 월중 행사인데..
니누얼
12/07/04 15:00
수정 아이콘
저는 딸인데요, 딸은 아들보다 엄마의 약점?!을 더 많이 알아서 그러는 것 같아요. 다른 말로는..엄마가 딸한테 더 많이 투정?!을 부린달까요.
저희집을 예로 들어보면, 저희 엄마가 자꾸 귀가 아프다는거예요. 그래서 저는 병 키우지 말고 병원에 가라고 했죠.
근데 버티고 안가다가 정말 못참겠을 때 병원을 갔더니 병이 엄청 커져 버린거예요. 저는 당연히 '병원 가랄 때 안가고 병 키웠다고'
화를 냇어요. 제 남동생이 보기엔 엄마가 남동생한테 평소에 아프단 말을 하질 않으니까(할 기회도 없죠, 동생은 바쁘니까)
어느날 갑자기 엄마가 많이 아프다고 하고, 누나는 엄마한테 화를 내고...누가봐도 '누나가 이상해'라는 말이 나오는거죠.

또 한 예로, 저희 엄마가 늦은 나이(54세)에 전문대를 다니셨어요. 동생은 일본 어학연수+군대로 엄마가 어떻게 학교를 다녔는지 잘 몰라요. 저는 엄마가 해야할 거의 모든 레포트를 대신 해줬죠. 솔직히 제 일도 바쁜데, 밤새 엄마 과제하고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남들은 엄마가 대단하다고 하지만 저는 엄마가 대학 다니는게 싫었어요. 몸도 안좋은데 맨날 왕복 4시간 씩 등교하는 것도 싫고,
과제가 있음 있다고 빨리 말을 해주면 좋은데, 당장 내일 과제 제출이라고, 빨리 해달라고. 저는 일하고 와서 밤새 엄마 과제하고..
근데 이런 자세한 사정을 동생은 잘 몰라요. 엄마가 올해 2월에 졸업 하셨는데요. 저는 엄마가 만약 또 학교다니면 당장 회사 때려치고
해외로 떠날꺼라고 말했어요. 동생은 누나가 못됐데요. 그거 좀 해주는게 뭐그리 어렵냐고.

아들이 보기엔 엄마가 항상 이성적이고, 너무 좋지만, 딸이 보는 엄마는 미련할 때가 많아서 말이 곱게 안나가는 것 같아요.
그치만 엄마는 딸 마음을 아니까 결국 또 딸에게 가서 투정을 부리죠.

뭐, 이런 사이인 것 같아요. 모녀 사이는.
그리움 그 뒤
12/07/0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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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제는 동생분과 교류를 하심이 어쩔런지요?
나이먹은 여동생은 오빠도 잘 챙깁니다.
저글링아빠
12/07/04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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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어머님의 쾌유를 기원합니다.

제가 저희 본가나 처가 모습을 보면 딸들은 답도 없고 예의도 없는 날강도 도둑 무뢰배들인데,
(우스개로 저희 처에게 야.. 그러지좀 마... 나중에 우리 OO이(딸)가 너한테 그럴까봐 무서워...라고 하곤 하죠.)
정작 어머니들은 그래도 내겐 이런 딸이 있다는 딸부심들이 가득하시니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죠.

그리고 어련히 그러시겠지만 동생만 믿지 마시고^^ 어머님께 잘해드리세요..
딸도 좋지만 아들의 안정감(?) 역시 어머님들께는 아주 소중한 것 같더군요.. ^^;;
12/07/04 15:12
수정 아이콘
어머님의 쾌유를 기원합니다.
Ovv_Run!
12/07/04 15:49
수정 아이콘
크크크.. 정말 공감이 많이 되네요.
요즘도 저희 어머니와 여동생은 같이 외출을 하고서도 싸워서 각자 들어올때도 있는데..
참 옆에서 항상 지켜보는 저로썬 아직도 잘 이해할수가 없어요.
별것도 아닌일로 서로에게 상처주는 말들 막 쏟아내다가도, 제가 잠깐 방에 들어갔다 나오면
또 같이 붙어서 티비보며 친구처럼 있고..
아마 죽을때까지도 아들인 저는 이해할수가 없겠지요^^;;
제네식
12/07/04 15:59
수정 아이콘
어머님의 쾌유를 기원합니다.
후추통
12/07/04 16:00
수정 아이콘
할아버지가 반년간 암환자로서 지내셨습니다.....위암이었다가 수술이후 간으로 전이되어 4월 28일에 돌아가셨습니다... 사실 암환자 이전에 암환자 구완하는 분이 정말 고생입니다. 그간 어머니가 할아버님 구완한걸 보자면... 5시 기상해서 죽만듭니다... 호박죽, 전복죽, 야채죽... 그거를 하루에 여섯번 드시니...정말 미칠노릇이죠... 그리고 주로 토마토를 휴롬으로 짜서 드렸는데....이걸 그냥 짜내는게 아니고 한번 끓여서 드렸습니다. 돌아가시기 두달 전부턴 하루종일 누워계셨죠... 할아버님이 드시던 약이 간해독제, 영양보충제, 독소해독제 등등... 약값만 한번에 70만원가량이 들었습니다... 부모님들 입장에서는 좋다면...달려가셨죠....병원에서 가망없다고 해도 자연치유요법, 니시건강법 등등... 결국 호스피스 병동으로 들어가시고 그 후 3일만에 돌아가셨습니다.. 너무 비관적으로 말했나요? 어쨌든 딸과 어머니의 갈등은 딸이 자녀를 낳으면 대부분 해소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전에 해소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실 저희집의 경우는 제 여동생과 어머니의 관계가 좋은편입니다. 자랄때부터 부모님과의 갈등은 별로 없었습니다. 부모님이 마트를 운영하시느라 너무 바빴거든요...대신에 저와 동생간은 아직까지도 가까우며 가깝고 멀면 멉니다..하하...
울프님과 울프님 여동생분의 어머님의 쾌유를 바랍니다. 암이란 질병은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극복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저희 할아버님도 부모님이 달라붙어 관리하자 3개월이라는 판정에도 불구하고 8개월 가까이 사셨거든요. 마음 단단히 드시고요... 환자주변의 가족들의 도움과 격려 역시 정말 중요합니다. 울프님 가내에 평안하길 기도하겠습니다.~
사악군
12/07/04 16:06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어머님께서도 꼭 나으시길 겁니다!
포프의대모험
12/07/04 16:40
수정 아이콘
츤데레네요(2)
어쨌든 수술이 잘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빨리 낳..나으세요!
12/07/04 17:05
수정 아이콘
화내지 마시고 동생분에게 잘해주세요.
정말 좋은 여동생을 두셨네요.
저런 천사같은 딸내미도 요새 보기 힘듭니다.
들깨칼국수
12/07/04 17:59
수정 아이콘
여행가이드가 늙은 노부부들 해외여행 오신거 물어보면 반은 딸이 보내줬고 반은 사위가 보내줬다 그런다는군요.
watervlue
12/07/04 18:05
수정 아이콘
글을 쭉 읽어 내려 가다가 어머니가 편찮으시다니 가슴 철렁 했는데 다행이네요.
나이를 먹어 가니까 아프다는 소리만 들으면 걱정부터 하게 돼요.
저희 집도 그렇고 남들이 보면 딸과 어머니 사이를 보면 싸움 닭 같아 보이는데
또 어느 순간 가장 친한 친구처럼 보이고 ...... 좀처럼 감을 잡을 수 가 없어요.
어머니의 빠른 쾌유 기원 할게요. 환자도 힘들지만 가족들도 많이 힘들텐데 웃는 일만 생기시길 ......
12/07/04 18:36
수정 아이콘
저희 어머니는 외할머니께 '죽으면 늙어야지!(?)'
라고 하시며 싸워도 항상 맛집 모시고 가시고 약 사드리고 그러십니다..
정말 그런게 있나봐요^^
어머님 쾌차하시길 빕니다 [m]
봄바람
12/07/04 20:13
수정 아이콘
아들 낳아봐야 아무 소용 없죠. 평생을 책임져줘야 되고 웬 이상한 여자 한명 데려와서는 그 여자한테 온갖 정성을 쏟고

딸은 엄마 입장에서는 평생 친구 아빠 입장에서는 귀요미; 요즘 동생이 어찌나 고마운지 몰라요. 우리 엄마랑 이야기하고 놀아줘서.
Je ne sais quoi
12/07/04 21:36
수정 아이콘
어머님이 쾌유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모녀보다 모냐에서 역시 필력을 느낌니다 ^^
letsburn
12/07/04 22:03
수정 아이콘
아.. 글 정말 좋아요!
읽어보면서 저도 참 어머니께 무례하며 챙기는거 돌아보니 재미있으면서 잘해야겠단 생각 드네요. 딸은 살림밑천 맞습니다. 엄마편도 맞고요.
눈시BBver.2
12/07/05 00:37
수정 아이콘
그랬군요... 저도 그게 참 이상했는데 의문이 조금은 풀린 것 같습니다.
그럼 어머님께서 부디 쾌차하시길 빌겠습니다 (__)
히히멘붕이다
12/07/05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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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도 딸만 둘인데, 어머니께서 저희 자매때문에 살기 싫다고 악을 쓰시다가도 저희 자매가 눈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보고싶다고 늘 우십니다-_-;
hidarite
12/07/05 13:29
수정 아이콘
우선 어머님께서 쾌유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좋은 글 써주셔서 고맙구요.
그런데 글 가운데 하나 눈에 걸리는 부분이 있어서... 첨언합니다.

"여태까지 집에서 효孝를 담당했던 건 저인데 말입니다. "

글내용 외에 다른 제가 모르는 사정이 있겠지만서도, 과연 그럴까요? 어머니가 동생에게 지금 더 의지하시는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런 섣부른 단정이 동생과의 거리감을 더 키우고 있는건 아닐까요.
PoeticWolf님께서 생활비를 대신것인지, 모시고 사시는건지, 매일매일 전화드리는 것인지, 어떤 효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머님이 암이라는걸 안 것도 사실 PoeticWolf님보다 여동생이 먼저잖아요.

아프신 어머님을 위해서라도, 동생을 보는 선입견과 색안경을 이제 벗어놓으셨으면 하네요.
효도는 내가 하는 방식이 아니라 받으시는 분이 즐거운 방식으로 드리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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