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 14일 당시 MBC Game Hero Center
임요환이라는 사람을 처음 만나고 정확히 11일 뒤였다.
이 날은 나의 경기 '현장 관람' 첫 번째 날이자 선수 임요환을 처음 만난 날이기에 더욱 잊을 수가 없다.
내가 그의 팬이 된 지 9년, 그 시간 동안 그를 위하여 쓴 응원 글 80여개 그 안에는 많은 내용들이 담겨 있지만 공통적으로 들어 간 이야기는 바로 이것이다. ‘믿는다’ 그랬다. 난 언제나 그를 믿었고, 그의 선택을 존중했었다. 헌데 나라고 무조건적으로 그를 믿고 있었을까? 그를 향한 마음이 한 번이라도 변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가 다시 돌아왔을 때 그의 말처럼 30대 프로게이머로서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선 저울질 한 적은 있었다. 99.9% 그를 신뢰하지만 0.01%를 믿지 못한 것 때문에 내 자신을 채찍질 했던 적도 있다. 사진에서 보이는 모습처럼 언제나 당당하고 고집 있는 임요환이 되길 바라지만 군에 있을 때, 또한 돌아와서 저 눈빛을 보지 못할까 심히 겁났던 것도 사실이다.
예상은 예상대로 끝났으면 좋으련만 그것이 정확히 맞아 들어갔다. 공군 입대 후 무언가 쫓기는 듯한 느낌을 그의 플레이에서 고스란히 볼 수 있었다. 조급함… 그것이 그의 발목을 잡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가진 조급함에서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는 몸이 불편하다. 솔직히 남들과 비교했을 때 신체적으로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나는 내가 가진 장애라는 명함을 내세우고 싶지도, 내세울 수도 없지만 실제로가 그렇기 때문에 하는 이야기이다. 그런 내가 하고 싶은 것은 프로게이머이다. 하지만 현실을 생각지 않을 수 없었다. 2에서 3으로 바뀔 시간이 별로 길지 않을 20대 후반의 나이, 그리고 아무도 욕을 하진 못하지만 내 밥그릇을 챙겨야 할 세월을 맞고 보니 나도 모르게 주사위를 굴리고 있었다.
장애인이고, 게다가 나이까지 적지 않다보니 조급함이 생겼다. 스타크래프트Ⅱ 베타가 공개 되고 난 후 플레이를 해보니 승부를 걸 수 있을 것 같았다. 많은 걸 포기하고 도전하면 되겠지만 그러기 위해선 주위의 사람들이 나를 믿고 도와줘야 한다. 하지만 그럴 사람은 많지 않다. 선수 임요환도 나와 정도는 달랐을지라도 경우는 같았으리라 생각한다. 생각해 본다. 난 왜 지금 그의 팬이 되었는가? 그가 팬이 없다면 승리의 영광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는데 거기에 나도 포함될까? 아니, 이제는 형 동생이라면서 어쩌면 팬보다 못한 존재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그런 생각과는 달리 내가 그를 아직 응원하고 있는 이유 그것은 단 하나다.
나를 통해 힘을 얻기를…
이것밖엔 없다.
나는 지독한 임요환이, 청출어람 대전에서 아쉽게 졌던… 그래서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 같아 울먹였던 미친 승부사 임요환이 다시금 도전해 주었으면 좋겠다. 오리지널 스타크래프트가 좋으니 스타크래프트Ⅱ가 좋으니 하는 웃기는 싸움은 상관 말고 그저 본인이 좋은 대로, 원하는 대로 누리고 땀 흘렸으면 좋겠다. 승부사 임요환이 GG 친다면, 프로게이머 안지수의 인생은 없을 것이다.
인생은 시련의 연속이고 고통의 연속이다. 힘이 든다. 포기와 안락이라는 녀석이 이리 오라고 손짓한다. 그도 힘들 것이다. 하지만 난 포기할 수 없다. 시도도 안 해 보고 GG치기는 싫다. 이런 나도 온 몸에 힘주어 꿈틀거리거늘 하물며 임요환은 이 바닥 베테랑 아닌가? 당신의 도전은 나를 일으킨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아울러 나의 도전 역시도 당신에게 자극제가 되길 빈다. 그래서 먼 훗날 당신의 과거를 회상할 때 안지수라는 동생이 내게 큰 힘이 되었다고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시 만나는 날 뜨겁게 안아주고 싶다. 그리고 난 이 말을 남기련다.
‘형, 우리 30대 프로게이머로 꼭 만납시다.’
Written by Love.of.Tears.
Game BBS에 임요환 선수 글을 쓸 땐 언제나 운영진 여러분의 판단을 존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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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rBef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1-11-27 1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