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te |
2009/11/19 21:06:30 |
Name |
50b |
Subject |
(09)멀어지는 과정. |
1. Bye Bye
어색한 기류가 흐르는 지하철안에서 아무말없이 그녀와 나란히 앉아 있었다.
지하철 안의 사람들은 제각기 대화를 주고 받기도 했고, 무언가를 파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나란히 앉아 있는 나와 그녀 사이엔
화성과 금성 같은 행성의 거리가 느껴졌다.
지하철에서 맞은편의 뭔가를 바라보는 그녀를 보면서 생각 했다.
'우린 아마도 각자의 행성으로 돌아가게 되겠지'
그녀에게
"나 역까지 바래다 주면 안돼?" 란 말도 하지 않았고
"다시 한번 우리 사이를 생각 하면 안돼?" 란 말도 하지 않았다.
드라마는 없었다.
그저 어색한 웃음과 기억도 나지 않는 어색한 인사만 있었다.
그 어색한 것들은 모여서 한곳을 향하고 있었다.
헤.어.짐
사실 헤.어.짐 이라고 보긴 어려운 일이다.
서글프지만 애초에 우리는 사귄적이 없으니깐 말이다.
집으로 돌아와 잠자리에 누웠다.
"대체 이유가 뭘까."
"왜 난 아닌거지"
"그것 때문인가"
여러가지 생각들이 양때처럼 나에게 몰려들어
가공의 불안감들을 만든다.
그리고 존재 하지 않을 것 같았던 그 불안감들은
며칠후 차가운 현실로 다가왔다.
난 가슴 한가운데 부표를 띄어 최대한 그녀를 기억하지 않는
노력을 했다. 싸이를 탈퇴 하고, 전화 번호를 지우고, 그녀가 보내주었던
5G 에 달하는 노래도 듣지 않았다.
과거를 생각나게 하는 술도 마시지 않았다.
더이상 그녀 생각에 설레거나, 발을 헛디디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단지 그녀는 삶을 살아가는 추억이란 이름의 재로 남게 되겠지'
2. how are you
나에겐 이상형이란게 없었다.
좋아하는 얼굴형도 없었다.
하지만 그건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 였다.
그녀와 비슷 하게 생긴 사람을 보면
'설마'하고 한참을 쳐다보게 되고 그녀가
아님에 실망하게 된다.
그녀를 알고 만난 기간은 아주 짧았지만,
그녀가 남기고 간 발자국이 아주 크다는걸 알게 되었다.
술을 마시고 본네트 위에 아주 편하게 누워있는
-자는지 생각하는지- 여자를 봤는데
만약 그녀였다면 옆에 슬며시
누워서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를 꺼내며
어깨동무를 하고 한참동안 있어줄수 있었을테지만
현실은 현실일 뿐이였다.
벌써 1년하고도 9개월이 지났지만
가끔 술을 진탕 마시면 그녀가 떠오르곤 했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는 것 처럼 자연스레 생각하곤 했었는데
그날은 뭔가를 하고 싶어졌다.
집으로 돌아와서
구글에서 그녀 이름과 전화번호를 검색하다
전혀 관계없는 것들에 실망을 하고,
혹시나 하고 그녀의 싸이 주소를 쳐봤는데 "그녀가 있었다."
내가 볼수 있는건 대문에 걸려 있는 그녀 사진뿐이였다.
남자친구가 생겼는지 있었다면 헤어 졌는지, 아직도 서울인지,
잘 지내는지, 나를 기억할런지, 내가 보고 싶은지, 아무것도 알수 없었다.
한가지 알수 있었던건 "여전히 그녀가 보고싶다는것" 하나 뿐이였다.
얼었다고 생각 했던 가슴이 녹아 내리며 빨리 띄기 시작했다.
3. Long time no see
어느날 "잘지내?" 란 문자가 왔다.
누군지는 몰랐지만
모르는 번호였으니 아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 했다.
장난기가 발동해서
아주 찌질한 지질학자 처럼
"잘지내 . 너도 잘지내라 크크크크"
라고 답장할수 도 있었지만 호기심에
그 번호로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익숙한 목소리.
수화기 바로 너머에 그녀가 있었다.
1년 9개월을 건너띄어 바로 어제
까지 만났던 사람 처럼 통화를 하며 이런 저런 얘기를
마른 우물에 돌을 던지듯이 했다.
전화를 끊기전 나도 모르게
"보고싶다" 라고 했다.
"나도"
훗날 그녀를 다시 보게 되었다.
3년이 지나 우연찮게 발견된 과외 선생님의
편지처럼 너무나 반가워 눈물이 날 정도 였다.
(여담이지만 답장을 했더니 이사를 간 탓에 편지가 반송되었다.)
우리는 술을 마시고 많은 이야기를 했다.
오빠 같은 사람을 만난적이 없다 라던가,
그시절에 내가 느꼈던 오해의 벽들이라던가.
아주 기분이 좋았다.
한참을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다가 담배에 불을 붙이면서 말했다.
"난 너만 보면 애절한게 생각난다.
아련해지고 그래.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감정들이
깊어 졌는데, 널 보니깐 조금 사라 진것 같기도 했다."
그녀는 나의 눈을 똑바로 보면서 웃었는데 빨려들어가는 느낌이였다.
그녀는 내게 굉장한 흡입력이 있다. 인정하지 않을수 없었다.
나만 알수있는 그녀의 모습은 없을지
모르겠지만, 나만 좋아하는 그녀의 모습은 분명히 있었다.
뭐라 표현을 할수는 없지만...
연락을 하고 지내다 한통의 문자가 왔다
"우리 아닌것 같다"
어디에서 날아온지 모를 먹구름들이 불길한 것들을
싣고 오는 분위기의 문자 였다.
"그래"
"억지로 그러는거 티나"
전화를 했더니 받지 않는다.
며칠뒤에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왜 그간 아무 연락이 없었어? "
"사람의 감정은 내 뜻대로 되지 않잖아.
물론 거기에 보물지도 처럼 엄청난 비밀은 없겠지만
그럴말한 사정이 있겠지.그리고 너를 이해할려고 노력했어"
"오빠 우리는 떨어 져있고,
난 오빠가 보고싶을때마다 짜증이 난다 말이야
못보는걸 아니깐. 정말 난 생각 했어 이런걸 감수 할만큼
오빠가 특별한 사람인가 하고. 아닌것 같아."
"응"
알고 싶었지만 실제로 듣기 싫었던 모래바람 처럼 따가운
진실이 몰아 치고 있었고, 어느새 나는 그 따가운 진실의 모래바람 중간에
서있었다.
그녀와 나사이의 선
건널수도 없고, 넘어 갈수도 없다.
우리는 붙어 있는 듯 하지만 시간의 레일위에서
조금씩 벌어져 간다.
그리고는 평행하게 나아간다.
그후에도 난 여전히 그녀의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하소연 하곤 했다.
"애초에 장거리는 되지도 않아. 잘된거지"
"너 바람 안날것 같냐?"
"세상에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하나같이 나의 힘이 되어주기 위핸 좋은 의도였지만,
이미 나의 감정을 지배하는 우뇌가
이성을 지배하는 좌뇌를 무시해버리기 시작 해버렸기 때문에.
상대적인 연애를 마치 절대적인 틀 속에 가두어 떠들어댈 뿐이라고
생각했다.아니 절대적이라기보단 보편적인 틀.
신의 장난이였는지
기구한 운명 탓인지
우리는 대구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라는 건 거짓 말이고
기분 탓인지 유독 차가운 바람에서 그녀와 나는 다시는 만나지 않을것 같은 확실한
공기를 느꼈다.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그 공기는 조용히 우리들을 감싸 앉았다.
* OrBef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1-11-02 22:46)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